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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과 선물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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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결정자는 왜 이 차이를 알아야 하는가?
독자 코멘트를 받고 드리는 물건은
선물이 되어야 하며 보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 중이었다. 피드백을 보내준 독자에게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표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팀원분들은 그 선물과 보상의 차이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커피 쿠폰이건 굿즈이건 독자에게 줄 때 말만 달리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얘기도 나왔다. 나는 회의 시간을 써서라도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언제나 그렇듯이 막상 입을 떼나 나 자신의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구글링을 통해 영문 자료를 찾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쓰는 수밖에. 

정의
먼저 보상과 선물을 사회 전반에서 보게 되면 지나치게 큰 논의가 되어버리므로 지금 내가 이 차이를 강조하고자 하는 BtoC관계, 즉 서비스와 소통 참여자(나는 미디어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란 표현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이 내용도 좀 공부를 한 다음에 글을 써봐야지) 간의 관계의 맥락에서다. 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과 관계를 맺는 맥락에서의 보상reward과 선물gift은 어떻게 다른가? 

보상이란,  보통 어떤 조건condition이 주어진 상황에서 특정 행태behavior를 장려, 요청, 권유, 넛징하고 조건에 걸맞은 행위를 한 이에게 제공하는 물질적/비물질적 가치를 말한다. 조건이 미리 알려져야 하고, 사용자의 행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며,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보통 우리가 인센티브incentive라고 부르는 경제적 유인과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가질 뿐, 하나의 거래transaction가 이루어지는 형태라는 데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인센티브-보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조건을 갖춘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가치는 금전, 굿즈, 할인 등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 내에서의 특전이나 혜택이 주어질 수도 있다. 얼마나 빨리 휘발하는지, 현실 세계에서 금전적 가치를 가지는지 등에 따라 더 세분하게 구분할 수도 있겠다. 

한편 선물은 사회 전반이 아니라 BtoC관계에서도 무조건적인 가치 제공 방법이다. 정의상 그렇다는 말이다. 보상과 선물이 사회 전반에서 가지는 의미의 차이가 BtoC맥락에서도 유효하려면, 서로 섞어서 마치 '뭘 하면 주는 것'으로 뭉뚱 그레 이해해서는 안 된다. 비록 드물 수는 있지만 기업도 참여자에게 무조건적으로 가치를 제공하기도 하므로 이 점을 구분하기 위해서 선물이라고 부르겠다. 조건이 없기 때문에 특정 행태와 연관되지 않으며, 기업 측에서 무엇을 장려, 요청, 권유, 넛징하지도 않는다. 대상을 선정하는 객관적/주관적 기준이 있겠지만 그 기준이 결정되는 것은 특정 행태와 연관이 없다. 선물 역시 물질적/비물질적 형태를 띨 수 있다. 상대방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고 특정한 기준(조건과 기준은 다르다)에 따라 고른 사람에게 선물을 주므로 인정-선물로 불러도 되겠다. 

보상-인센티브 패러다임과 인정-선물의 패러다임

보상과 선물의 차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양 패러다임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 지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전자가 경제학적이라면(비물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더라도), 후자는 사회학적이다. 보상-인센티브 패러다임은 이 가치 교환value exchange을 도구적으로 본다. 상대와 가치를 주고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서로 1과 1을 주고받고 헤어진다. 보상이 끝난 이후에 관계는 보상이 끝나기 이전과 동일하다. 인정-선물 패러다임은 '받기 위해서 주는'것이 아니며 '받았기 때문에 주는'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사회학적으로 선물이라는 관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살펴보면, 가치 나눔 자체가 목적이 되는 형태로 작동함을 알 수 있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선물이라는 행위가 존재하려면 가치가 교환된다는 사실이 잊혀야 한다고, 또는 적어도 행위자가 '교환'의 측면을 완전히 잊은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자, 마지막으로 선물을 받았던 때로 기억을 되돌려보자. 성대한 생일잔치를 벌인 코로나19 이전의 모임에서, 주인공은 선물처럼 생긴 박스를 들고 오는 친구들을 보며 애써 그 박스의 존재를 모른척한다. 이들은 내가 돈을 써서 저녁에 초대했기 때문에 그 금액에 맞게 저 선물을 준비한 것이 아니다. 주인공이 꿈에도 몰랐던(?) 케이크의 존재가 밝혀지고, 식탁에서 초가 꽂혀 불태워지는 경천지동한 광경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주인공은 이 모든 현실이 낯설고 새롭다. 감격한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퍼포먼스가 끝나고 나면, 식탁 위로 어딘가 숨겨져 있던 수상한 박스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이 박스의 존재들을 전혀 몰랐다는 듯, 진심으로 '뭐 이런 걸 준비했어'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는 진심으로 기쁘다.

이 아름다운 가치 교환의 장면이 막을 내리고 친구의 생일이 되면, 방향만 다른 충격과 놀람의 스펙터클이 다시금 펼쳐진다. 인류는 '저 박스에 선물이 들었다' '오늘이 내 생일이므로 친구가 선물을 가져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무언가 사회학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 

이 현상을 의아하게 여긴 한 경제학자가 있다고 하자. 그는 인정-선물 패러다임이 결국에는 인센티브-보상 패러다임과 다를 것이 없다고 게임이론으로 증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선다. 그는 지난 생일에 받은 선물의 가치를 소수점 단위까지 재는 동시에 생일파티 준비를 위해 친구들이 쓴 물질적, 비물질적 재화를 모두 계산에 나선다. 심한 탈모가 왔지만 버티고 버텨 논문을 완성하고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계산에 뛰어나므로 완벽하게 상대의 '선물하기'라는 행위의 가치를 계산해낸다. 바야흐로 친구의 생일, 그는 받았던 선물과 완벽히 동일한 가치의 물건을 준비해(matching) 친구가 사용한 시간, 정성, 노력을 완전히 재현replicate해서 받은 보상을 완벽히 돌려주는 데 성공한다. 경제학자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친구를 잃게 된다. 

인정-선물 패러다임, 그리고 '선물 주기'라는 행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치의 교환이며 상호성reciprocity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잊힌 것처럼 수행되어야 한다. 오히려 선물 주기는 일시적인 일대일tit for tat 형태의 상호성이 아니라 일반화된 상호성generalized reciprocity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계, 감정, 경험의 지속성을 탄생시킨다. 물건을 통해 마음이 오고 가는 감동의 순간이 몰아치는 것이다. 

보상과 선물: 차이를 분석하다

참고한 자료들에 기반해 보상과 선물의 차이를 세부적으로 나눠봤다. 보상에는 조건이 있고, 선물에는 조건이 아닌 기준이 존재한다는 점은 전술했다. 어떤 관계의 맥락에서 주로 이 가치 교환이 이루어지는가도 재미있는데, 주로 보상이란 (주로) 상하관계에서 이루어지게 되며, 전후관계가 명확하고, 경제적인 관계의 맥락에서 이뤄진다. 먼저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보상을 할 수는 없다. 약자가 강자에게 보상하는 경우는 적다. 이 논의에서 보상은 잘못을 인정하거나 바로잡기 위한 배상(compensation, reparation)과는 다르다.** 또, 조건이 명확하게 제시된 후에 이뤄진 행태에 대해서 보상이 가능하다.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공정성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인센티브-보상 관계는 개인적, 사회적 관계와는 큰 연관이 없다. 힘이나 돈으로 엮인 관계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는 것이다.
 
반대로 선물은 상하관계에서도 가능하지만 적어도 선물에 있어서는 관계의 수직성이 잊히거나 중화되는 측면이 있다. 상급자라고 덜 감사해서 선물을 안주는 것이 아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지 않는다. 선물은 전후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동시에, 따로, 비동시적으로 모두 일어날 수 있다. 보상-인센티브와는 달리 선물은 감정적 관계의 맥락에서 일어나고, 또 관계 내에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보상은 조건이 미리 세팅된 상태에서 주어지므로 받는 사람은 미리 기대를 하고 있다. 선물은 기대가 없거나, 없는 '척' 하거나, 무언가를 원하는 경우에도 추상적인 기대치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공지사항에서 몇 원의 선물을 주겠다고 했어서 기대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받는 이의 입장에서, 보상은 행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따라서 당연한 것, 기대되는 것이다. 기쁨을 일으키긴 하지만 이 기쁨은 내 성취에 대한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올라갈 순 있지만 인센티브-보상 이전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보상으로 받은 재화는 소비된다. 관계는 종료된다. 다음 인센티브가 있을 때까지 행태는 반복되지 않는다. 승진을 시켜주지 않는다는데 딱히 야근할 필요가 없고, 승진을 시켜주더라도 야근은 회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선물 주기'라는 행위가 성공적인 경우, 선물은 의외의 것이라서 감사하다. 기대가 없거나, 낮거나, 추상적일 수 있어서 기쁘고, 이 가치의 교환은 경험된다. 이 관계에는 감정 경험의 역사가 쌓인다. 선물이 실패했다면 실망과 불만의 역사가, 선물이 기쁨을 주는 데 성공했다면 기쁨과 만족감이 찬 관계가 된다. 행태가 장려되기도 한다. 무조건적으로 받은 선물에 감동한 마음에 손해를 무릅쓰고 선물 준 이를 돕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 

얼마 전 기획자들간의 모임에서 한 분께서 '보상보다 선물이 감정을 더 건드리기 때문에 브랜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더 큰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예를 들어 모두에게 동일한 선물을 하지 않거나 선물이 기쁨보다 실망을 가져올 경우도 있지 않느냐는 것. 난 기본적으로 보상과 선물 모두 일종의 퍼포먼스이며, 따라서 상대적인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보상이 선물보다 더 감정리스크가 큰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보상은 미리 제시한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실패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면, 선물은 기대치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때에 따라 높을 수도 있다. 특히 일대일 관계가 아닌 일대다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는 서비스 맥락에서 특정 기준에 따라 수용자를 구별해 다른 가치의 선물을 제공한다면, '선물 주기' 퍼포먼스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왜 알아야 한다고? 

난 서비스 기획자라면 보상과 선물을 차이를 알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BtoC 관계가 인정-선물의 패러다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참은 아니다. 아주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 인센티브를 주고 선택의 구조choice architecture를 명확하게 디자인해 보상을 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것은 소통 참여자의 행태지, 브랜드 충성도나 감정 경험이 아니다. 소통 참여자는 브랜드가 아닌 조건을 보고 행동했고, 기준에 적합한 결과로 인해 채택되어 보상을 받았다. 마땅한 보상을 받았으니 딱히 고맙거나 브랜드를 기억할 필요도 없다. 다만 사용자 경험을 잘 디자인했다면 다시 보상을 바라고 참여자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나는 소통 참여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 서비스의 경우, 보상 체계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아직 MVP(Minimum viable product)가 나오지 않은 서비스 기획의 베타 단계에서 소통 참여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기획자는 보상을 주어야 할까, 아니면 선물을 주어야 할까? 

필자는 아주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보상을, 그렇지 않고 다각도에서 현재 상품의 시장성 평가를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선물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예상할 수 있는 피드백은 유의미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어떻게 상대에게 새로운 평가, 10분이 넘는 진심이 담긴 설문, 혹은 더 길 수도 있는 정성평가, 서비스에 바라는 점 등을 요구하면서 '질 높은 피드백에는 커피 쿠폰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나? 이 질문에 반응했더라도 많은 소통 참여자는 아마 쿠폰이 아니라 서비스에서 얻은 혜택이 고마워서, 아니면 도움이 되라는 마음에 반응했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유가 장기적 관계 형성이었다면, 두 번째로 선물 전략이 유효한 이유는 비용이 더 낮기 때문이다. 굿즈나 금전적인 가치가 높은 선물을 줄 수도 있지만, 지금 서비스의 단계에서 적절한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 사려 깊은 답장, 마음이 담긴 편지나 이메일에 오히려 소통 참여자는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피드백 반응이 일종의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진정성 있는 '감사합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피드백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는 표현, 그리고 일관성 있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는 앞으로도 내가 이 서비스에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게 된다. 서비스 초기의 경우 '서비스를 키워내는 얼리 어답터'라는 정체성을 줄 수도 있다. 이들이 유료 전환을 가장 먼저 하는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끝에서 힘도 빠지고 중간에 중구난방인 점도 있지만, 이 글에서 나는 보상과 선물이 왜 그 근본적 패러다임 측면에서 다른지 살펴보고자 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 이라면 이 차이를 알아야 하며, 두 가지 다른 도구를 맥락에 맞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초기에 피드백으로 MVP를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선, 인세티브-보상보다 인정-선물이 더 중요하고 유용하다고 말했다. 

*Theory of Practice, Bourdieu. 물론 위 논의는 매우 복잡한 이론을 납작하게 눌러 내맘대로 풀어낸 것이니 오독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실 compensation과 reparation도 미세하게 뜻이 다르지만 논의와는 관계가 없으니 여기서는 무시한다. 

참고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