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업좌득] 1. 누가 좌파일까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위기를 앞두고 혼자되지 않는 나라
2024/04/01
2017년 4월 13일, 19대 대선후보 1차 토론은 유쾌했다. 거기서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이렇게 물었다. "같은 흙수저 처지에, 왜 제가 주적입니까." 홍준표 후보는 평소처럼 명쾌하게 답했다. "친북좌파이기 때문이죠."¹ 이 즈음부터 홍준표 후보는 '홍카콜라'라고 불렸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홍준표 후보가 막힌 목을 콜라로 뚫어준 느낌이었나 보다. 철지난 색깔론을 들고 왔다며 비판받았지만, 아무튼 홍준표 후보는 우파가 좌파라는 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흔히 우파의 가치는 자유, 좌파의 가치는 평등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분법은 편리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잘못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유다. 우리나라 우파 상당수는 동성끼리 결혼할 자유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 좌파 일부는 그럴 자유를 요구한다. 좌파는 실질적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평등을 요구하지만, 우파는 소극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평등을 희생하려 한다. 이렇게 문제가 복잡한데, 과연 '우파는 자유, 좌파는 평등' 같은 단순한 이분법이 각자의 정치성향을 구분하는 데에 무슨 쓸모가 있을까.

애초에 '좌파란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완벽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단어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과!'라고 외쳤다. 여기서 '사과'는 과일일까, 아니면 미안함을 표현하는 행동일까. 말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을 모르면 우리는 의미를 알 수 없다. 이처럼 말뜻은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정치 용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정치사상을 다루는 책을 읽어보면, 하나의 정답을 찾기 어렵다는 고백을 꼭 접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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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 되지 못한 지식중개상입니다. 사회연대를 연구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분별 없는 개인화와 각자도생 정신에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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