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작업실

수미
2024/04/04
   

  아버지에게 이사를 한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평수가 얼마냐?', '어디에 있는 아파트냐?'라는 질문에 앞서 '네 작업실은?' 하고 되물었다. 나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안방 옆 베란다를 작업실로 만들었는데..."
 "어디 겨울에 추워서 글이나 쓰겠냐?"

 아버지는 못마땅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좋은 집의 우선순위에는 딸의 작업실이 있었다. 나는 그게 놀라웠고 내심 감동이었다. 오랜 시간 나의 방이 없던 젊은 날을 지나 스무 살을 넘긴 어느 날. 처음 내 방을 가지게 됐을 때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방문에 글자 스티커를 파와서 붙여줬다. 세 글자가 붙어 있었다. <작업 중>. 어쩐 일인지 '작업 끝'이라고 바꿀 수 있는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딸의 작업이 영원하길 비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것만 같아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수미 작업실은?'이란 질문은 그런 아버지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사 가기로 결정한 집은 방이 세 개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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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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