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담일지 - 조제 3] 장난감들로 마음을 치유하는 모래놀이치료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25
여러 가지 치료를 받으면서 방황하던 나는 드디어 다시 정신과에 갈 결심을 하고 집 근처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그 정신과의 선생님은 굉장히 상냥했어요. 하지만 계속 항우울제를 바꿔도 내게는 잘 듣지 않았습니다. 다만 불안한 증상에는 약이 잘 들었어요. 왜 항우울제가 안 들었는지는 나중에 내가 조울증인 것이 밝혀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양극성장애 2형인데 이건 울증이 길고 조증이 약하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인을 많이 받는다고 해요.      

어쨌든 이렇게 정신과를 다니고 있을 때 예전에 상담을 받았던 상담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모래놀이치료 자격증을 받기 위해 실습을 해야 하는데 그 실습 대상자가 되어줄 수 있냐고요. 나는 당연히 해보겠다고 했지요. 사실 모래놀이치료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했지만, 행운으로 다가온 치료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날 다시 떠올려준 게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치료실에 가니 책장들이 사방으로 있었고 책장에는 장난감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모래가 담긴 사각형의 틀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장난감들 가운데 마음에 들거나 지금 끌리는 것들을 가지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나는 선생님 말대로 그냥 ‘지금 그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장난감들을 골라서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의 그림이 처음 모래놀이를 한 날의 그림입니다.        

모래놀이치료는 내가 장난감들을 골라 가지고 와서 모래 위에 배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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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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