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한테 할 얘기 없어?

토마토튀김
2024/02/03
나는 가정 폭력 '생존자'다. 
어린 아가를 숨도 못 쉬게 때려서 죽을 뻔하게 했던 사람은 엄마였다. 그런데, 정작 엄마는 때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번 때리고 나서 다 까먹었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언제 화를 낼지 몰라 불안하고, 아빠는 언제 나를 지켜줄까 마냥 애타게 기다리다가 어른이 됐다. 물론 예정된 수순으로 아주 커다란 폭풍과도 같은 청소년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그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너무나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 이제 부모탓 그만할 나이도 되지 않았니? 

이 이야기도 커다란 쐐기로 꽁꽁 얼은 내 마음에 박혔다. 이 커다란 얼음은 그 쐐기로는 깨지지도 않는다.

***
시작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지만, 나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면 이렇게 부정적인 기억부터 튀어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즉 '그리운 기억', '고마운 마음', '자식이라면 해야 할 효도'와는 전혀 맞지 않는 강한 단어들까지 툭툭 가감 없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걱정하고, 불편해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 사람 왜 이래?' 하고 매정하게 뒤돌아 가는 일은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지난여름,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 글, 거칠기 짝이 없는 엄마 (성토) 이야기를 읽고 기획자로서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린 한 출판사 대표님께 연락이 온 적이 있다. 그 출판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했던 것이 저자들이 그저 썰만으로 200 페이지 책 한 권 꽉 채우는 것 말고 한 장 한 장 공부해서 써야 하는, 밀도 있는 내용의 책들을 내는 곳이어서 이 미팅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눈을 반짝거리며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님과 나의 이야기를 풀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인간의 오감이 있고, 육감 촉이라는 것이 있는 터... 
이번 미팅은 내가 준비가 안 되었음을 스스로 알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출판사 대표님은 출판계의 '영 제너레이션'이셨던지라 미팅할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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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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