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걸 보는 게 잘못은 아닌데

이가현
이가현 인증된 계정 · 페미니스트 정치활동가
2023/05/18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 8화
   
나는 꽤 어릴 때부터 야한 컨텐츠를 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엄마의 흑백휴대폰(배경이 연두색인 그것)을 야심한 밤에 몰래 가지고 나와서 폰이 뜨거워져서 만지기 어려울 때까지 ‘야설’을 봤다. 그걸 어떻게 찾아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불 속에 숨어서 연신 방향키를 아래로 누르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을 독파했다. 내용은 잘 생각이 안 나지만 신음소리 같은 것이 텍스트로 묘사되어있었던 것 같다. 다음달에 엄마의 휴대폰비는 무려 10만원이 나왔다. 2000년이었으니까, 충격적인 금액이긴 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엄마의 휴대폰으로 야설을 볼 수는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합법적으로 친구 집에 놀러갈 수 있게 되었다.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 집에 놀러가서 컴퓨터를 했다. 우리는 친구집에 놀러가면 그 시절 유행하던 ‘엽기토끼졸라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플래시 만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엽기토끼졸라맨 홈페이지였는지, 다른 홈페이지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느 날 우리는 야한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내용은 한 회사에서 일하는 엘리베이터 안내원과 그 회사의 회장 아들이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나는 친구가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것을 보며 그 때부터 나도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한 장면
그리고 대망의 5학년, 나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보고 처음으로 자위를 하게 되었다. 김하늘이 권상우에게 영어수업을 하며 ‘동사’와 ‘정사’ 등 문법을 가르치는 내용이었는데, 김하늘이 정사를 다른 의미로 상상하면서 나왔던 장면이 인상깊었던 것 같다. 김하늘이 침대에 당황한 채로 누워 있고, 권상우가 허리띠를 풀고 침대에 채찍마냥 내리치면서 김하늘에게 ‘내 아를 낳아도’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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