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행복한책읽기 ㅣ 종생기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0/03
 
김현의 << 행복한 책읽기 >> 를 다시 읽었다. 다시 읽긴 했으나 오래 전에 읽은 책이어서 처음 읽은 것처럼 새롭다. 책을 읽는 내내 롤랑 바르트의 << 애도 일기 >> 가 떠올랐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마망(엄마)이 죽자 비탄에 빠져 어머니를 추억하며 메모를 남기기 시작한다. 그 텍스트가 << 애도 일기 >> 다.  하지만 롤랑 바르트의 애도‘는 실패로 끝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 우울한 일기 >> 가 적확한 제목‘일 것이다. 애도란 죽은 자를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제의'다.  죽음을 슬퍼하고 죽은 자를 추모함으로써 산 자가 죽은 자에게 도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애도 행위'이다. 반면,  우울은 애도 행위'가 실패하게 될 때 발생하게 되는데,  사랑하는 이가 내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우울한 마음 속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있다. 롤랑 바르트는 죽은 어머니를 애도하기 위해 일기를 썼지만  결국 그는 떠난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는 식음을 전폐하고 굶어서 죽는다. 자살인 셈이다. 이 죽음은 주저흔과 흉터를 남기지 않은,  결벽에 가까운 깨끗한 자결이다. << 애도 일기 >> 가 롤랑 바르트와 어머니의 이별을 다룬다면 << 행복한 책읽기 >> 는 김현과 문학의 결별을 다루는데,  전자가 애착 대상과의 분리'에 실패한 일기라면  후자는 죽음을 앞둔 남자가 일생을 바쳐 사랑했던 문학과 결별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 행복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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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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