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엽서에는 눈이 오지 않는다.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2/22
 눈이라고 하기엔 속도가 너무 빨랐고 비라고 하기엔 내려앉을 자리를 찾듯이 허공을 헤매고 있던 떨어지는 모든 물기들을 바라다봅니다. 
아니 길을 나서며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습니다. 손끝이 차가워지도록 걷다가 발끝이 아직 따스하다는 걸 느낄 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란이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걷습니다. 실눈을 뜨고 가만히 보니 얼굴에 가까이 와서 나를 내려다보더니 가만히 앉아 지켜보다가 작은 앞발로 얼굴을 툭툭 칩니다. 축축한 코를 뺨에 가져다 댑니다. 더 이상 잠든 척 할 수 없었습니다. 
   
불이 꺼진 거실에선 내리는 눈이 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집안을 들여다보며 내리고 있었습니다.
안전문자들이 오고 길가로 나서자 녹지 않은 그리고 얼지도 못한 눈이 쏟아져 있었습니다. 작은 종이컵에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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