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라진 섹스코미디, 그 장르를 선택한 이선균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1/07
전성기를 맞은 한국영화계라지만 몇몇 장르에 한해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자본이 많이 드는 사극이며 정통 드라마 장르에선 세계 어느 나라와 비견해도 모자라지 않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SF와 호러, 섹스코미디 등에선 해외 영화계가 주목하는 작품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뒤의 두 장르의 경우엔 아이디어만 따른다면 적은 예산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울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때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를 비롯해 문화 전반이 지금보다 자유로웠다는 평가를 받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섹스코미디 작품이 개봉해 관객과 만났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색즉시공>이며 <몽정기> 같이 시리즈로 연달아 나온 작품까지 있었으니, 섹스코미디가 한국 영화계의 주요 장르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어진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성을 상품화하고 편견을 강화한다는 둥의 이유로 섹스코미디 작품에 수많은 비판이 따랐던 것이다. 일각에선 정서적으로 불편하다며 이런 영화가 자유롭게 제작되는 풍토를 비난하기도 했다. 코미디의 특성상 특정 대상을 희화화하게 마련인데, 성을 주제로 누구, 혹은 무엇을 희화화하는 일이 당시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그렇게 섹스코미디 장르는 주류 문화에서 멀찍이 뒤떨어지게 되었다.
 
▲ 쩨쩨한 로맨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섹스코미디가 살아 있던 시절

이 같은 사라짐을 누군가는 자연스런 도태, 나아가 바람직한 소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누구는 한 장르의 소실이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미국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영화를 비롯한 문화 부문에서 선진국의 위상을 가진 나라들이 섹스코미디를 굳건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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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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