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저들이 신이야, 무겁고 단단히 내려앉은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16
국립 공원 투어 ② 아치스 국립 공원의 델리키트 아치

아침 7시 전까지 아치스 국립 공원의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아치스 국립 공원은 시간대별로 입장 예약을 받는데 우리가 예약하려 할 때쯤에는 이미 인원이 다 차버려서 예약을 할 수 없었다. 그럼 아치스에 못 가느냐? 그렇지 않고 아침 7시 이전, 오후 4시 이후에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일종의 꼼수인가 했는데 홈페이지에도 예약을 못 하면 그때 들어오라고 안내가 되어 있단다. 

일찍 나서는 김에 솔뫼는 일출을 보는 건 어떠냐 했다. 이날 아니면 다음날 캐년랜즈 국립 공원에서 일출을 보아도 멋지다고. 일출……. 일출보다는 일몰파지만 일출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장거리를 달려온데다 종일 걸어야 할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조식 신청을 했는데 못 먹는 것도 아쉬웠고. 이렇게 말하면 꼭 조식 때문인 것 같지만 조식은 포기했고 다른 여러 가지를 다방면으로 고려한 의견이었으므로 상의 끝에 일출은 포기하기로 했다. 욕심내지 않고 찬찬히 다닐 것. 솔뫼나 나나 저체력자라 무리하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해가 짧아져 새벽 6시에도 여전히 어두운 거리를 달려 아치스 국립 공원에 도착했다. 게이트 통과도 세이프. 조식을 포기한 보람이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는 차들이 우리 말고도 여럿이었다.
    
아치스 국립 공원은 이름처럼 아치 모양의 기암이 2,000개 이상 있다고 했다. 바다 밑에 있던 붉은 사암이 솟아오르며 뒤틀리거나 접혔고 그렇게 솟아오른 암석들이 비와 눈, 바람에 깎이고 부서지면서 다양한 모양을 이루게 되었다고. 

2,000개가 넘는 기암들 중에 가장 먼저 간 곳은 아치스 국립 공원하면 첫 번째로 꼽힌다는, 그래서 유타주의 상징으로 차량 번호판에도 등장하는 델리키트 아치Delicate Arch였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해가 떴고 사위가 밝아지면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발밑만 보고 걷고 있었는데 주변이 이렇게 아름다웠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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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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