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왜 확대될까요? : 초기 조건과 마태효과

한 가지 가상의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골프 퍼팅 성공률 30%의 사람들 30명과 퍼팅 성공률 33%의 사람들 30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리고 이 사람들이 각자 20번의 퍼팅을 하는 가상의 시합을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어느쪽의 골퍼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아마도 33%에 속한 30명 중의 한 명이 1위를 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렇다면 그 1위를 차지할 확률의 차이는 어떻게 될까요?

30%와 33%의 차이는 단 3%p에 불과합니다. 10번 치는 걸로는 티도 안날 작은 차이죠. 그러니 아마도 30% 골퍼와 33%의 골퍼 간의 확률 차이가 아주 작을 거라고 생각될 겁니다. IMD 비즈니스 스쿨의 필 로젠츠바이크가 바로 이런 실험을 해봤습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가상의 대회를 1000번 돌려 본거죠. 그 결과 1위 확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30% 정확도의 골퍼 중 1명이 1위를 할 확률 : 19.9%
비길 확률 : 25.1%
33% 정확도의 골퍼 중 1명이 1위를 할 확률 : 55%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양 골퍼들 간의 퍼팅 성공률 차이는 겨우 3%p입니다. 한쪽이 30%인데 다른 쪽은 50, 60%인게 아니라요. 하지만 이 3%p의 차이가 만든 1위 확률의 차이는 2.76배입니다. 비록 작은 차이라도 그 차이를 통한 경쟁에선 승률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죠.

이 가상의 실험은 굉장히 차갑고 냉정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경쟁에서 초기 조건이 열세에 있다면, 그것이 작은 열세에 불과하더라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죠. 이 점이 '왜 사회가 발전할수록 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가'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줍니다.

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경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고 승자는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획득한 요소들이 그 다음의 경쟁을 더욱 유리하게 만드는 초기 조건으로 작용을 하는 거죠. 이것이 이른바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빈자는 더욱 가난해진다'로 설명되는 마태효과입니다. 사회학자인 로버트 머튼이 발견한 현상이죠. 초기 조건의 차이가 만드는 승률의 차이와 마태효과가 더해져 불평등이 확대된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 가상의 실험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의 인생은 저 가상의 대회에 참여한 골퍼들처럼 30%와 33%의 확률이 정확하게 보이는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모두 동시에 게임을 하는 대회와 달리 현실 속의 사회는 각자 경쟁에 참여하는 시기와 시간대가 다르죠. 끝나는 시점이 동일하지도 않습니다. 자영업 같은 경우 3년 내 폐업률 50%, 5년 내 폐업률 80%라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예 경쟁에서 일찌감치 퇴출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상의 게임을 현실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크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죠.

물론 그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확률을 구할 순 없어도 우리의 초기 조건들이 경쟁에 영향을 미치며 정확한 숫자로 구할 수 없을 뿐이지 그 승률이란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죠. 또한 이러한 가상의 게임이나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의 분야이기에 재미를 위해 서로 간의 차이가 크지 않게 조절을 하지만 실제 경쟁은 생존을 걸고 있는 분야이기에 경쟁의 양상이 훨씬 치열하며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즉, 실험이 가진 한계는 분명해도 실험의 의의를 우리의 사회와 삶에 확장해볼 수 있다는 거죠.

자본의 차이, 인적 네트워크의 차이, 경험의 차이 등과 같은 요소들은 경쟁의 승률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사실 개인에게 있어 이 자본과 인적 네트워크, 경험 등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라는 것을 감안하면 부모에 따라 자녀의 경쟁력이 출발점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일반적인 사실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모든 걸 압도할 재능이 있다면 이 요소들을 뒤집고 더 높은 승률을 쟁취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재능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관련 없는 분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간 재능의 차이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습니다. 특히나 경쟁의 상위 레벨에 있다면 말이죠.

물론 실제의 경쟁에선 이 승률에 변화를 주는 요소들은 많습니다. 당장 자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한다면 그만큼 경쟁에서 더 유리하지만 실패한다면 그만큼 더 많은 자본을 잃게 되기에 리스크가 더 커지죠. 이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가 승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또한 전략적 사고와 대응은 이 승률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통제 가능한 요소 중 하나죠. 물론 환경이나 트렌드의 변화 같은 통제 불가능한 요소도 존재하고요.

노력의 중요성을 설파하는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나옵니다. 앞서 언급한 가상의 골퍼들의 대회라면 노력으로 퍼팅 성공률을 3%p라도 높게 끌어올리는게 중요하겠죠. 하지만 실제 경쟁의 복잡성은 단순히 노력 외에도 경쟁에 미치는 다른 요소들이 많고 이를 고려한다면 다른 요소들이 승률의 차이를 만들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요. 그래서 노력보단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이 더 중요한겁니다. 심지어 노력은 구체성이 없는 반면 전략적 사고는 구체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요.

지금까지 글을 읽어내려 오셨다면 왜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지, 왜 불평등의 확대를 통제하기가 어려운지를 짐작하실 수 있을겁니다. 계층의 분화와 불평등의 확대는 사회의 기본 속성이라 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죠.

불평등을 줄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과거엔 저소득층과 낮은 계층에 대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의 범위를 확대함으로 불평등의 확대를 억제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 교육 기회의 확대도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대학을 보낸다고, 대학원을 보낸다고 해서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교육격차의 발생이 현재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을 정도니까요. 또한 대학까지 졸업한 고급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일자리도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기도 하고요.

조세와 사회보장제도는 불평등의 확대를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주제는 여러분이 아시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나보다 더 부자인 사람에게 세금 걷으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요. 이 부분은 따로 글을 여러개 써도 모자랄 정도로 방대한 주제입니다. 이 주제를 사회적인 차원에서 다룬다면 아마 이 글은 끝나지 않을겁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개인이 해야 하면 좋은 일은 무엇일까요? 그걸 언급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우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경쟁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작은 초기 조건의 차이가 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큽니다. 그렇기에 본인의 경쟁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죠.

그리고 끊임없이 전략적인 사고를 하며 이를 활용해 경쟁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전략적 사고는 주어진 승률을 뒤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니까요. 전략적 사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야를 나 자신에 두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에 두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무얼하고 얼마나 했느냐에만 신경을 씁니다. 전략은 상대의 존재를 전제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요구합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시선을 두고 있는 것은 전략과는 거리가 멀죠.

불평등에 대한 사회차원의 개선을 논의하는 것과 별개로 개인은 그 불평등을 받아들이되 이를 넘어서고자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회와 자신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죠. 빌 게이츠가 언급했다고 잘못 알려진 '삶은 원래 불공평하다. 익숙해져라.'라는 문구는 바로 그런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