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2021/12/01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결혼이 하고 싶어 결혼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되는대로 그냥저냥 지내다가 이미 나이는 먹을 만큼 먹어서 출산을 하기엔 생물학적으로 늦은 나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할 말은 없는 게 지금의 나다. 날이 가면 갈수록 받아야 하는 건강 검진 개수가 늘어나고 결혼한 친구들이 육아를 주제로 담소를 나눌 때면 슬그머니 빠지는 것이 미덕인 나이. 그런 나에게 아이를 갖고 싶냐는 물음은 스스로 해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으면서 아이에 대한 생각이 있을 리가 없던 것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이를 좋아하던 동생은 쌍둥이 남아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얼결에 나는 쌍둥이 남아의 이모가 되어 육아라는 험난한 여행을 떠나는 배에 같이 올라타게 되었다.
처음엔 시뻘건 핏덩이들이 시끄럽게 우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비출산에 대한 확신이 머리에 새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이들은 너무 약했고 할 줄 아는 건 우는 일 밖에 없었다. 차라리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웠으면 귀염 떠는 거라도 봤을 거라고 나 혼자 속으로 분을 삼키기도 했다. 도대체 저것들이 언제 커서 사람 구실을 하나 생각하다가 아득해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육아를 돕는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힘에 겨워 링거를 맞기도 했다. 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