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마법에 걸린 현대인들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2/08/25

시간도 예술과 같다

프루스트는 느긋하게 
카틀레야 난초의 향기를 
맡아보라고 부추겼다. 

키르케고르는 진정한 예술가란 그릴 만한 것을 찾아 세상을 떠도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것의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반 고흐는 구두를 그렸고, 파블로 네루다는 소금에 관한 시를 써서 평범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런 생각을 가장 훌륭하게 표현했다.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땅을 찾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얻는 일이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진실이다.

나는 갓 태어난 아들을 돌보면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을 읽었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프루스트는 여주인공이 입은 드레스에 달린 단추와 브로치 하나하나, 여주인공이 최근에 산 모자에 달린 깃털과 새 장식 하나하나를 공들여 묘사한다. 프루스트는 우리가 현실에서 보통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을 세세하게 서술한다. 그는 기억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고 풍부하게 세공하고, 조직하고, 표현한다. 그는 지루한 세상을 부러워할 만한 세상으로 바꾸어 놓고 다양한 꽃과 감촉과 산들바람으로 둘러싸서 독자에게 건넨다.

그는 단어로, 나는 모유로 충만했다. 그는 내가 세상을 넘치도록 음미할 수 있게 해줬다. 그는 후하게 베풀었고 나는 그에게 고마웠다. 나는 아들 둘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자식을 기르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말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프루스트의 소설을 읽으며 아이에게 젖을 먹이던 그때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과연 있을까 싶었다.
출처: <뉴필로소퍼> 6호, 일러스트: 아이다 노보아 & 카를로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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