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익히다 - 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

혜미
혜미 · 사회정책을 보고 읽고 씁니다.
2023/01/19
“정말 내 심장이 갖고 싶어요?”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은 서래(탕웨이)의 중국어를 번역기 오류로 잘못 이해한다. 그러나 그 의미마저 잘못 전달되지는 않는다. 해준은 이미 서래가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이 서래에게 마음이 있음을 직감한다. 이 대사 한 마디가,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영화는 모든 경계를 허물고 가로 지르는데 선수다. 개연성이 달리 필요치 않다. 서래가 머물고, 해준이 지켜보는 방안 벽지마저 색상이 녹색인지 파란색인지, 그림이 산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다.  번역 오류조차 사랑으로 해석하는 이 영화는 '이포'라는 안개 자욱한 지역을 배경으로, ‘미결’이란 이름의 서사를 풀어낸다. 헤어질 결심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이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불확실성으로부터 선명함을, 불완전으로부터 확신을 얻는다.
영화 스틸컷
그뿐인가. 형사와 용의자, 남성과 여성, 중국인과 한국인, 산과 바다, 까마귀와 고양이 조차 서로 가진 성질이 반대되는 것이 방해되지 않는다.

서래와 해준은 사물의 본질이 가진 특수성의 차원을 무질서하게 넘나들며 경계를 허문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문법마저, 기존 틀을 깨고 ‘상실’로 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기이한 영화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헤집는 이 영화의 전개방식 덕분에 ‘N차 관람'이라는 유행이 만들어 졌다고 본다.

이 영화는 ‘추리물'이나 ‘수사극'의 장르를 넘어 관객들이 오히려 추리를 포기하게 만들고,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몰아세운다. 범인을 찾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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