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의 배신
2022/09/23
자취를 시작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 며칠 앞이었다. 독립도 했으니 내 생일 미역국을 내 손으로 끓인다면 내가 더 멋있어 보일 거 같았다. 끓여본 적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니 일단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이래저래 전작업을 해놓고 뜨거운 물을 부어 뭉근하게 끓이라는, 친절하게 보이지만 실전에서 결코 친절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엄마는 미역을 너무 많이 넣으면 불었을 때 감당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나는 미역을 한 줌만담궈 놓고 학교에 갔다.
미역은 엄청 불어난다고 했는데 내가 담궈 놓고 간 한 줌은 별로 불어나지 않았다. 엄마는 그럴 리 없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보내고 3초만에 전화가 왔다.
“왜 다시마를 불려! 미역을 불려야지!”
모든 음식은 그를 창조하는 자에 의해서 언제나 반역을 꾀...
음감님의 정성 가득한 찐한 미역국 한 그릇을 대접받고 힘을 얻은 것처럼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좋은 글 읽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