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트로 ⑩> “죽지도 않았는데 기사가 돼냐?”
2023/11/12
나에게 기자는 우스꽝스러운 사람이었다. 기자는 한 번도 내 장래 희망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어릴 때 고향에서 봤던 ‘기자’ 때문이다. 우리 집은 제과점이었는데 종종 우리 가게에서 몇 시간 동안 주문은 안 한 채 테이블만 하나 차지하고 공짜인 엽차만 홀짝홀짝 마시면서 펼쳐 놓은 원고지에 뭔가를 써대던 그는 언제나 아래위 검정 양복에 흰 실크 머플러, 반들반들 광을 낸 검정 구두, 포마드를 잔뜩 바른 올백 머리였다. 그때는 이렇게 꾸미고 다니는 사람을 “기생오라비 같다”라고 했다. 체구보다 큰 목소리에는 허세가 잔뜩 끼어 있었다. 한마디로, 한 직업의 ‘롤 모델’로는 아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1978년 11월 한국일보 견습기자 시험에 응시할 때는 내가 돈이 많이 필요할 때였다. 갑자기 집안 형편이 나빠졌다. 어디든 들어가서 월급을 받아야 할 처지였으나 졸업하려면 최소한 반년은 더 있어야 하고, 제대까지도 석 달이나 남아 있는 현역 육군 병장에게 열려 있는 문은 없었다.
모처럼 외박 나온 토요일 오후, 길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한국일보 견습기자 채용 공고에는 학력 제한이 없었다. 대학 졸업증명서나, 예정 증명서가 없어도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거였다. 한국일보 인사부에 전화로 물었더니 제대 석 달 남은 현역이라면 응시해도 된다고 했다.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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