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정신병동에 입원하지 않았다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4/03/31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 / 넷플릭스


망각의 강물로
기억을 지우겠습니다

119를 불러야 될지 말아야 될지
한참을 몇 번을 망설인대요
이게 실제 죽음이 아니라
공황 장애라는 걸 아는데도
그 공포감을 못 이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발작이 올까 봐
하루 종일 불안한 거예요

엄마, 나도 아픈데
엄마는 간호사인데 왜
나는 간호 안 해 줘?

죽음에 무뎌지려고 하지 마
순간 저 차가 나를 치고 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해.
다른 사람들 기분 나쁠지
어떨지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꿈을 이루려면 그 꿈
근처에 있어야 된대요


나도 우울증, 정신질환, 조현병, 공황장애, ADHD 등 이런 진단 결과에 대해 전문의를 통해 정확하게 듣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상태가 의심스러웠다. 지금은 논의가 전보다 훨씬 쉽고 태도가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미디어나 일상에서 인격 비하적인 유머나 기분 나쁜 농담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실제 저런 증상을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한 무시와 회피 정서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진지하게 자신의 상태를 살피기도 전에 사회적 인식이 신경 쓰였다. 내 경우에는 10년 넘게 회사 다니는 동안 N차에 걸쳐 정신적 혼란을 겪은 것에 대한 상태를 점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추측과 망각이 아닌 지식과 정보를 통한 분석을 하고 싶었다. 객관적인 언어로 듣고 읽고 싶었다. 인바디처럼 정신도 숫자와 그래프로 상태가 표기되었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가까운 동료가 장기 연애를 마친 후 상담했다는 이야길 들어 본 적 있었고 실제로 스스로의 상태가 위태롭게 느껴져서 가까운 병원을 검색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정신적 고통이 어떻게 진도를 나가든 시간과 상황도 급변하고 있었고 거기에 대처하고 적응하다 보니 병원 방문은 후순위로 미뤄지고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다 감기가 낫듯 나아졌다. 감기와 다르다면 감기 증세는 평생 머릿속에 떠오르며 귀찮게 하지 않지만 정신적 고통은 인물과 대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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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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