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ㅣ화양연화
감독ㅣ왕가위
출연ㅣ장만옥, 양조위, 뇌진, 반적화, 손가군
개봉ㅣ200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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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영화에서 보여주는 멜랑꼴리는 대부분 토포필리아( : 장소애 場所愛, 특정한 장소에 애착을 보이는 마음)이다. 왕가위의 토포필리아는 97년에 반환되었다가 2046년에 완전히 중국에 종속되는, 곧 사라지고 없을 홍콩이라는 장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돈다. << 아비정전 >> 에서 주인공은 타국을 떠돌다가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숨을 거두고, << 해피 투게더 >> 에서 두 남자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돈다. << 동사서독 >> 도 마찬가지다. 모래 위에 집을 지었으니 그들은 모두 잠시 머물다 떠날 뿐이다. 그들에게는 돌아갈 고향(홍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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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예술이다. 편집이 시간을 조율한다면 미장셴은 공간에 서사를 부여한다. << 화양연화 >> 에서 시간을 연출하는 방식은 독특하면서도 매우 아름답다. 흔히 영화에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장소의 변화( : 사무실 장면에서 집 장면으로 전환하면 관객은 주인공이 일을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