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무 효녀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4/26
시험기간, 주말 수업을 걱정하는 한 아이가 있다.

"엄마 도와드려야 하는데....."

가슴 속이 울컥한다. 착하고 착한, 그리고 부모님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 아이의 마음이 전해지며 따뜻함을 넘어선 뜨거움이 자리잡는다. 속으로 몇 마디를 되내이다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엄마는 몸이 조금 힘들어도, 네가 '너'의 시간을 갖는 것에 섭섭해하진 않으실거야. 너의 미래를 위한 시간이잖아."

나는 네가 너무 효녀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이다. '효녀'가 아니기를 바란다는 말을 함부로 어떻게 내뱉을까. 나의 성장기와 많은 아이들의 성장기를 지켜본 한 명의 어른으로서, 효녀 혹은 효자인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나치게 엄마아빠 속을 썩이는 아이들도 있지만, 언제나 엄마아빠를 먼저 위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혹은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더 가슴 아픈 건 집안에 불화가 많은 집. 

부모님과 사이가 좋아 효녀, 효자가 된 아이들은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엄마아빠가 좋으니까, 그만큼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정서적 지지기반이 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그만큼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효녀, 효자가 된 아이들은 너무 빠르게 어른이 된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다. 나쁜 것도 아니고, 잘못된 일이라 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힘든 부모님을 위해 어느샌가 자신의 시간을 부모님만을 위해 보내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놀고 싶은 욕구도 눌러둔 채, 부모님을 돕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그 아이들을 보면, 아직도 어린 말과 행동 속에서 어른의 모습이 비춰진다. 착한 딸, 착한 아들로서 부모님에게 애정을 받지만. 빨리 철이 들었지만, 너무 빨리 철이 들었기에 성장하며 거쳐야 할 어리광이 부족하다. 작은 애정과 관심에 볼이 발그레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더 많은 애정을 보내주게 된다.

"네가 너를 위한 시간을 보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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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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