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2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에 탑재한 영상 시스템으로 촬영한 1분여 가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은 어느새,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의 페이로드를 우주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지난주에 이 발사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기분좋은 자부심이 차 올랐다. 기계공학 / 항공공학을 전공한 공대생으로서의 자아가 오랜만에 흔적기관처럼 발동한 탓이기도 했다.
미국의 초호화 갑부들이 앞다투어 우주 여행 시대를 선포하고, 한국도 드디어 우주 시대에 합류하려 하는 시대. 바야하로 SF 속에서만 보던 21세기가 드디어 현실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SF 장르의 오랜 팬으로서 행복하기 이를 데 없다.)
워프 엔진을 개발해줘, 워프 엔진을 개발해줘!
공짜 전화가 일상화된다느니 통신으로 향기도 전하느니 하는 뉴스들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
워프 드라이브를 개발해줘! 초광속 우주선을 만들라고!
제발 뉴스에서 '국방부, 모터헤드(모빌슈트도 좋아) 연내 실전 배치.' 이런 뉴스를 보게 해줘.
'여자니까 갖고 싶은 냉장고' 어쩌고 하는 광고 보기 싫어.
'지구인이니까 갖고 싶은 우주식량고'의 광고를 보여줘!
(2000년 '이영도' 작가의 소설 '폴라리스 랩소디' 연재 당시 코멘터리 중)
그 와중에, 누리호에서 보여준 지구 사진을 보니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셀카 사진이 떠올랐다. 바로 1990년 2월 14일,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지구를 조준해서 찍은 사진이다. 보이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칼 세이건'이 제안한 것으로,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셀카 촬영이었다. 자그마치 61억 km 거리에서 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