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자기 확신

교실밖
교실밖 · 읽고 쓰고 걷는 사람
2024/03/14
의사소통 과정에서 피로함을 느낄 때가 있다. 상대가 형편없는 인성의 소유자이거나 지나치게 무례한 것도 아니건만 대화가 계속될수록 피로가 더해지는 그런 경우 말이다. 어떨 때 그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니 대화 상대가 자기확신이 강할 때였다.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유독 강한 확신을 가지고 상대를 가르치려 들거나 설득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을 꽤 경험했다. 혹시 나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저토록 강하게 내 입장을 비타협적으로 내세우지 않았을까 하는 자기 점검을 할 때도 있었다.

세상의 지식은 모두 '절대진리'일까.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지식은 당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합의와 검증으로 형성된다.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지식도 더 설득력 있는 새로운 지식이 나오면 그 자리를 내어준다. 물론 커다란 두 가지의 지식관은 아직도 건재하다. 모름지기 지식이라 함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후대에게 전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그러하고, 지식이야말로 당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의 산물일 뿐 절대진리는 아니라는 다른 한 편의 주장이 있다. 전자에선 훼손 없이 잘 전수하는 것이 방법론으로 꼽힌다. 다른 한 편의 주장은 지식은 삶의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도구로 쓰일 때 그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행함으로써 학습(learning by doing)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론이다.
https://www.hmhco.com/blog/importance-of-hands-on-science-activities

어떤 지식도 하늘에서 뚝 떨어져 절대성을 확보하지 않는다. 어떤 지식이든 사회적 상황과 맥락,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도구로 기능한다는 것, 그러므로 잠정적 속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실용주의자 듀이는 이를 '보증된 주장 가능성(warranted assertibility)'이라 불렀다. 물론 학자에 따라서는 다른 기준을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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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고민한다. 몇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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