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 와중에 책을 써? 만들어?] 이정표 따위 없는 삶.
2024/04/22
'커버데일-페이지'는 <딥 퍼플>의 그 데이비드 커버데일과 <레드 제플린>의 그 지미 페이지다. 그야말로 역대 급 두 전설이 만났지만 막상 결과물은 팬들의 상상력을 채워주기에는 다소 좀 모자랐지 않았나 싶다. 뭐랄까 ... 서로 배려하느라 살살~ 한 느낌이랄까? ('Take Me For A Little While'은 그래도 자주 즐겨듣는 곡이기는 합니다.)
앨범 자켓의 이정표 그림 때문에 처음에는 이 앨범 이름이 'Turn Left'인 줄 알았다. (아니라는 이야기) 아무튼 오래전 전영혁씨는 팻 메스니 그룹의 명반 'OFFRAMP'를 가리켜 세 번 이상 들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뭐 처음 듣자마자 일단 그 진가는 알 수 있었고, 그 후로 한동안은 중독된 듯 들었다. 지금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틀었는데 괴상한 게 역시나 좋다. ('Are You Going With Me')
커버데일-페이지와 팻 메스니의 앨범에는 공통적으로 이정표가 앨범 재킷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소설에는 이정표를 보며 누군가는 이 앨범을 떠올리며 낭만적인 여행을 떠올릴 테고 또 누군가는 다른 앨범을 떠올리며 록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재즈를 떠올릴 거라고 했다. 물론 뭉뚱그린 일반론적인 얘기다. (아닌 분들의 마음도 당연히 존중합니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인생에는 이정표 따위 없다는 거다. 지나온 길에는 흔적이 남아서 이미 지나온 길이 잘못된 길이었음을 뒤늦게라도 알게 되지만 (차라리 모르는 게 나으려나?)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없다. 그래서 종종 자기 갈 길만 가지 않고 굳이 뒤돌아 기꺼이 길을 알려주는 인생의 스승님을 둔 이들은 고마워해야...
사람들에게 버려졌을 뿐인 유기견이 들개라 불리며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게 마음에 걸려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다큐의 마지막에는 사심(?)을 담아 길 위의 생명들을 위한 음악회도 열었다. 2023년에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반려동물 피해를 다룬 [인간의 마음]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동물원과 수족관, 펫숍이 하루 빨리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염원한다. 몇 편의 영화와 다큐를 쓰고 연출했고, 2024년 3월, 첫 소설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