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음이 두려워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2023/08/22
인간은 모두 한 번은 죽지마는, 좋은 인간이 죽는다는 건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죽는 자는 떠날 뿐이지만 남겨진 이는 오롯이 그 공백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인간일수록, 멋진 인간일수록, 깊이 사랑한 인간일수록, 그 공백도 크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난 공백 앞에서 감히 어느 누가 제 강함을 뽐낼 수 있는가. 죽음은 그토록 강력하다.
그래서 여기 카메라를 든 인간이 있다. 죽음에도 예행연습이 필요하다며, 제 아버지의 죽음을 먼저 찍겠다는 특이한 인간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커스틴 존슨이 바로 그녀다.
그녀의 어머니는 몇 년 전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우리는 그녀가 죽기 몇 년 전 그녀를 잃었다"고 씁쓸하게 말한다. 알츠하이머는 그렇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잃어간다. 그 병을 함께 감당하는 동안 딸 커스틴과 아버지 딕 존슨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을 테다.
흔들리는 아버지, 두려워하는 딸
딸은 여느 사랑받고 자란 자식들이 그렇듯 제 아버지의 죽음을 두려워한다. 어머니가 떠나고 아버지까지 떠난다면 제 곁에는 더는 저를 세상에 있게 한 어른이 없어지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애정을 퍼부어주는 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