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에이징 솔로 Aging Solo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3/24
'1인 가구에 대해 쓰고 있어요.' 

지금 무슨 책을 쓰시냐는 질문에 김희경 작가는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답했었다. '1인 가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독거노인과 청년들을 생각했다. 다양한 기사에서 접한 홀로서기를 시작한 2030 청년들과 빈부격차가 큰 노인들의 고독사와 관련한 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2일에 펴낸 책을 23일에 들고 앉은자리에서 3분의 2를 읽었다.

그런 책들이 있다. 분명히 한 권을 읽었는데 서른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가진 책말이다. 저자가 만난 많은 에이징 솔로의 이야기는 중년을 맞이한 비혼여성들의 이야기였다. 기혼여성으로 늙어가면서 내가 주류라는 것을 의심한 적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놀라웠다. 정상가족의 형태로 알려진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29.3%지만 1인 가구는 전체의 33%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소수처럼 취급받으며 다양한 사회적 관점에서 예외로 두는 것일까. 4인 가족의 전업주부인 나의 삶은 이제 주류가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를 나눌 수 없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데 나는 왜 그걸 모르고 살았을까. 

저자는 비혼을 선택한 이유도 비혼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른 비혼여성들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비혼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 여성 비혼자를 향한 성급한 일반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통계 지표를 나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생각했다. 저자의 사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이야기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 고민들,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들의 따옴표 문장들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게 만들었다. 육아를 하는 기혼여성의 삶을 살며 그런 삶이 정규분포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고정관념에 빠져있을 동안 놓쳐버린 것들을 생각했다. 출산율을 이야기할 때마저도 나는 기혼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출산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아이는 없어도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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