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 선생님과의 추억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3/23
황병기 선생님과의 추억

   
박선욱
   
   
[1] 서교동에서의 첫 만남
   
황병기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것은 아마도 2005년쯤이 아닐까 싶다. 정확한 연대나 계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일 것이다. 어쨌든, 그 무렵 어떤 출판사의 기획 일로 선생님을 뵈어야 할 용무가 생겼기에, 용기를 내어 전화를 드렸던 것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글을 책으로 내고 싶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서교동에서 만납시다.”
선생님은 처음 통화하는 목소리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선선히 만남에 응해 주셨다. 서교호텔 커피숍에서 처음 뵙게 된 황병기 선생님은 의외로 소탈하신 분이셨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황 선생님은 우리나라 국악계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명성 높은 음악가이시다. 이화여대 교수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당시에도 굵직굵직한 기관의 장까지 맡고 계셔서 음악과 관련하여 만날 사람도 많을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 때문에 여러 업무로 무척 바쁘실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대해 주셨다. 처음 보는 나에게 어떤 거리감을 두지 않고 거리낌 없이 대해 주시는 게, 여간 황송한 게 아니었다.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나는 ‘아이들을 위한 국악 이야기’ 같은 책은 쓸 생각이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많은 까닭에 짬을 낼 수가 없어서요.”
황 선생님은 내가 용건을 꺼내놓자 분명히 선을 그으셨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드러내는 것일 뿐, 전혀 권위의식을 내비친다거나 으스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존경심마저 우러나왔다. 그날 황 선생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가지고 간 용건에 대해서는 선생님의 견해를 존중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기로 하고 헤어졌다.
   
[2] 황병기 선생님께로부터 추천사를 받다
   
그러다가 2006년 6월경, 나는 어린이 윤이상을 펴내게 되었다.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이란 제목의 그 책을 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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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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