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열심히 안 하는 게 여가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3/20
예전에는 분명 자기 전에 뭔가 재미있는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인생도 생활도 또렷한 윤곽을 잃어버리면서 무슨 여가를 어떻게 즐겼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게 되었고, 지금도 무슨 여가를 즐기고 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여가…… 여가가 뭐지? 윽, 머리가……!

과장은 그만두고 기억을 더듬어 말하자면, 아주 예전에는 묵직하고 긴 게임을 조금씩 맛있는 과자 갉아먹듯이 했고, 그 뒤에는 대체로 가볍고 사람 죽이는 게임을 주로 했다. 특히 FPS는 시작하자마자 1분만에 총격전의 긴장감과 보상을 얻을 수 있어서 짧게 하기가 좋았으므로 나의 단골 메뉴였다. 한 게임을 난이도별로 세 번쯤 하기도 했다. 최고 난이도에선 엄폐물 밖으로 1초만 잘못 나가도 사살당하는 경우가 하도 많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그런데 그러던 것이 이런저런 공모전 준비로 치이면서 자연히 뜸해지고 말았다. 질리지 않고 다시 덤빌 게임도 떨어졌을 뿐더러 앉아서 뭘 할 기력도 남지 않았다. 그리하여 근래에는 누워서 아이패드로 ‘들을 거리’를 틀어놓고 ‘야생의 숨결’을 잠깐 하는 게 낙이 되기도 했다. 들을 거리로는 대체로 스토리를 열심히 따라갈 필요가 없는 과학 팟캐스트나 논픽션, ‘심야괴담회’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골랐다. 귀로 듣기만 해도 재미를 느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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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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