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괴물, 누군가에겐 사람... 폐부 찌른 이 영화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2/20
인간은 오만하다. 오만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고 해도 좋다. 제 주변과 제 삶과 제 가족과 제 몸뚱아리 하나 알지 못하면서도 그 너머 모든 것을 갖겠다고 발버둥치는 게 인간이다. 우주는커녕 저 하나에도 닿지 않는 이해를 가지고서 세상 모든 것을 재단하고 판단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오해가 싹트지만 제가 틀릴 수 있으리란 걸 인간은 얼마나 쉽게 무시하고 사는가.
 
보는 각도에 따라 하나의 사실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창작자들은 수없이 표현해왔다. 그중 제일가는 작품이 아마도 <라쇼몽>일 것이다. 일본의 걸출한 문학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동명 원작을, 역시 일본이 낳은 역대 최고의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영화로 만들었다. 일본 헤이안시대를 배경으로, 사무라이와 그 아내, 우연히 그들과 마주한 산적 세 사람이 얽힌 사건이 증언하는 이의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화하는 모습을 다루었다.
 
작품은 우리가 보았다 여기는 것과 실제가, 우리가 들었다 여기는 것과 진실이, 우리가 안다 여기는 것과 진상이 다를 수 있음을 일깨운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또 때로는 우리의 부족함으로 진실은 자주 감춰지고 왜곡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사실조차 알지 못하며, 알더라도 무시하고 지나가고는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간이 오만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영화 <괴물> 포스터. ⓒ 미디어캐슬
인간의 오만을 일깨운다

<괴물>은 인간의 오만을 일깨운다. 제 나라 거장들, 즉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와 구로사와 아키라가 검증해낸 문법을 그대로 차용하여 이 시대 일본영화의 기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오늘의 관객 앞에 새로운 이야기로 써나간다. 이야기는 일본의 어느 마을,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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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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