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음이 근본인 한국 음식: (1) "바몬드 카레"와 세계

정구현
정구현 · 내추럴와인과 미식의 전문가
2023/06/02
"근본 없음이 근본인 한국 음식" 연작은 매주 1회씩 시리즈로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역사는 굉장히 길지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은 대부분 산업화 과정에서 재구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불과 100여년 전의 요리책만 봐도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현대 한국의 가장 멋진 점도 가장 구린 점도 근본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근본 없음이 근본" 인 나라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근본 없는지, 그리고 그 근본 없음이 얼마나 멋진지 여행을 떠나 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주제로 이야기 할 한국의 바몬드 카레는 한국인들의 근본 없음의 근본이 잘 드러나는 음식입니다.
직접 만들었던 방글라데시 스타일의 양고기 커리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등의 국물 요리를 통칭하는 까리, 꺼리 혹은 꼬리(Cari, Cary, Curry 등)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각종 향신료를 퍼부은 스튜인 영국식 커리 (Curry)가 되죠.

클래식한 커리는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조리법은 인도의 정제 버터인 기(Ghee)에 가당하지 않은 생 요거트와 채소, 고기를 볶다가 향신료를 듬뿍 넣고 볶아서 요거트의 걸쭉함에 채소와 고기, 향신료의 맛과 향을 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것이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구할 수 있는 채소와 고기를 모두 볶아 넣고 물이나 술을 넣어 오래 끓이는 스튜에 대영제국 시기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식민지에서 대량 생산되어 영국까지 넘어온 다양한 (당연히 인도 본토보다야 종류가 한정되지만요!) 향신료들을 미리 섞은 "커리 파우더"를 넣은 커리 스튜가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인도의 커리는 각 종류마다 모두 다른 향신료를 배합하지만 커리 파우더는 비교적 획일화된 향신료 조합으로 쉽게 "후추 뿌리듯"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었죠. 원래 유럽에서 수프나 스튜는 귀족들에게는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조금 먹는 요리였습니다. 오직 평민이나 농노들만이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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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식이 너무 좋아 고려대 사범대에서 선생님이 되는 대신 와인 공부를 했다. 고려대학교 중앙 와인 동아리 "소믈리에" 창립 멤버이며 10년간 와인 수입사에서 일하다 청담동 내추럴보이 와인샵을 열고, "내추럴와인; 취향의 발견"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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