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애는 머리 좀 기르면 안되나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우리 애 머리가 좀 길어.”하는 말로 먼저 선수를 칩니다. 애들한테 대놓고 “무슨 남자애가 머리가 이렇게 길어?”라고 묻는 사람이 태반이기에 제가 먼저 방패막을 치는 겁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원해서 머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딱히 원하는 스타일은 없지만 긴 머리가 더 예뻐보인다며 머리 기르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보통 남자들보다 머리가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별의 별 말을 다 들었습니다.
“너 아이들을 왜이렇게 중성적으로 기르니?”
“시골에 산다고 애들 너무 대충 키우는 거 아냐?”
“남자애가 머리가 이게 뭐니? 좀 다듬어 줘라.”
저는 아이들이 최대한 편견 없이 자랐으면 합니다. 이 세상엔 꼭 해야만 하는 것도, 꼭 하면 안 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시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도 달라집니다. 전 아이들이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사고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훈수를 감안하면서도 머리 기르는 걸 그저 내버려둔 것도 그런 제 소망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 머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묶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번 유치원에 머리를 묶고 갔는데(참고로 병설유치원에 다닙니다.) 급식실에서 만난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