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0
글 속 말씀처럼 게임 문화 안에는 확실히 여성 혐오가 존재합니다. 대다수의 유저가 그렇다기에는 어폐가 있지만 분명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여성임이 밝혀지는 순간 상식 이하의 모욕을 받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잘못된 것이죠. 개선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테일러 님의 글에서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오류를 말해보고자 합니다.
1.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남성과 여성의 선천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로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게임은 단순히 신체적 능력뿐만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종합적 능력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합을 따졌을 때 결국 동일하다, 그리고 이 주장 자체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뇌과학 영역에 있어서 여성형 뇌와 남성형 뇌 같은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미신이라 할지라도, 말씀하신 대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종합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안에 또 어떤 특성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작용되는지 알기 힘들다는 겁니다. 어쩌면 호르몬의 차이가 승부를 겨루는 일에 있어서 남성에게 본능적으로 유리하게 작동될 수도 있고, 수천만 년 진화를 거듭해온 유전자적 데이터가 성에 따라 다른 장르의 효율을 가지는 것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신체적 능력을 크게 요하지 않는 게임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오래된 전통을 가진 바둑과 체스를 생각해 봐도 역대 챔피언들을 따지자면 남성이 압도적입니다. 여성이 어느 정도 레벨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있어도 전체적 총량의 데이터를 봤을 때 극히 드물다는 겁니다. 육체적인 부분이 배제된 스포츠임에도 왜 그런 걸까요? 말씀하신 대로 환경적인 부분이 크게 기인한다는 의견은 저도 동의합니다. 바둑과 체스가 유행할 당시의 시대상도 그렇고, 제가 PC방을 밥 먹듯 드나들었던 10~15년 전만 해도 앉아 있는 사람의 95% 정도가 남자였으니까요. 이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나 지금까지의 역사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그것이 게임에 남...
그저 다른 견해로 남겨도 될 의견을 함께 고민해 보고 적극 수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천적인 영역의 문제를 떠나서, 환경적 요인이 대중의 어림짐작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다는 테일러 님의 주장은 충분히 논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첨언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반 유저가 게임에서 본인의 성별을 밝힐 일이 그다지 없더라도 플레이나 캐릭터, 역할 등을 이유로 성차별적인 발언과 조롱을 수십수백 번 마주하다 보면 그 성별을 가진 사람으로서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상처가 남아 재능이 있음에도 아예 판을 떠나버리는 이들 또한 많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결국 테일러 님의 원글처럼 게임 속 여성 유저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만큼 더욱더 혐오 표현과 차별을 엄격히 금하고 계정 정지 등으로 확실히 처벌하며 이에 대한 전반에 걸친 사회적 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게임판 안에서 여성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세상에 꼭 필요한, 그리고 누군가에겐 용기가 될 수 있는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이한 의견임에도 기꺼이 반응해 주셔서 흥미롭고 재밌는 토론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남겨주신 글과 댓글 모두 잘 읽었습니다.
이창님의 비판을 수용해, 글의 후반부 전개를 바꾸어 보았습니다.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건설적인 비판에 시간 써주신 점 몹시 감사드립니다. 뇌과학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로, 각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결국 많은 부분이 선천적인 것보다는 환경적인 것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몇 가지만 더 첨언 드리자면, 게임 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여성 챌린져 비율이 늘어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로 하여금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요인들일테니까요. 결국 여성 챌린저 수가 적다는 이유는, "원래 여성 챌린저 수가 적어서 게임단이 못 채용한 것"이라는 "여자라서가 아닙니다"의 주장의 근거라기 보다는 "게임의 환경적 요인이 여성에게 가혹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두 번째 문단에 대해서 정말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결국 현재는 동일한 실력의 남성과 여성 유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여성이 겪어야 할 어려움이 더 크며 그것 자체가 불합리한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보충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어 말을 덧붙입니다.
남녀 차이에 따른 내분비학과 뇌과학은 아직 이렇다하게 단정 지을 단계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연구에서도 많이 갈리는 주제이며 이를 게임이라는 장르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또 여러 가지 입증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한 연구 결과를 논거로 삼으셨듯 다른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연구도 얼마든 남아있습니다. (예시 : http://scienceon.hani.co.kr/138928)
예로 드셨던 '모자이크 뇌'의 경우 또한 뇌의 성차에 대한 하나의 주장일 뿐이며 흔히 남성호르몬이 승부와 경쟁에, 또 인간의 심리적 안정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말도 많습니다. 저는 당장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것보다 최근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 정교한 해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기 위해 고전파 만큼의 재능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그는 축구의 메시, 농구의 조던, 피겨의 김연아 같은 독보적 존재이니 말입니다. 하나 롤의 오래된 역사에서도 알려진 여성 챌린저 유저는 몇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에 프로팀으로 입단한 전수진 선수 경우에도 아주 오랜만에 나온 여성 솔랭 챌린저 유저였기에 똑같은 환경(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수치화된 랭크를 올리는 방식)임에도 그 풀이 엄청나게 차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잘하는 여성 선수를 프로 리그로 콜업하고 싶어도 사례가 너무 없었다는 것이죠. 만약 테일러 님의 말씀처럼 오로지 환경적 요인 만이 기반이라면 이는 성차별의 문제보다는 여성이 게임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기의 문제가 될 겁니다. 글에서 언급했듯 프로 시장은 자본과 성적의 효율만을 최우선 하기 때문입니다
원문에 쓰신 글을 보면 여성 프로게이머가 더 필요한 이유로, 여성이 무시당하는 인식에 대한 문제로 전수진 님의 개인 사례를 드셨습니다. 이 글의 주제가 게임 안 역할에 대한 혐오 문제가 아니기에 '여성이라서' 무시 받았다를 강조하고 싶으셨던 걸로 보입니다. 다만 여성과 서포터를 아우르는 혐오 표현이 있는 것과 별개로 첫 경우는 여성의 언급도 없었고, 다른 경우엔 여성에 대한 조롱의 뉘앙스가 있다고 해도 남성이어도 똑같다 라는 말이 이어진 걸로 보아 결국 유틸형 서포터 혐오 문제로 귀결되어 글의 주제에 정확히 관통한다고 보긴 어려울 듯합니다. 최소한 그 둘을 엮어내려면 사실 관계를 따져 보다 상세히 서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테일러 님의 글이 비난과 조롱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전수진 씨 당사자가 그 일이 누군가가 비판받는 것에, 또 '여자라서 당했다' 식의 언급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비판이 아닌 건설적 토의라고 하셨지만 그 사건을 여성 인식 개선의 사례로 드셨다는 것은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과거든 현재든 성차별자로 구분 짓는 비판적 태도가 포함됩니다. 공론장에서 사건에 대해 토의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어떤 프레임을 설정해두고 그 안에서 끼워 맞추는 방식은 삼가야 하겠습니다.
저도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성 혐오와 잘못된 표현들이 난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함에 동의하고 전수진 씨처럼 차이의 유무와 별개로 개척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 존경심을 가집니다. 다만 사실관계에 있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싶어 몇 가지 첨언합니다.
제 글에 이렇게 정성 어린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글 내용을 조금 더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아 보충 설명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드린 연구의 핵심은 결국 남녀의 뇌 차이는 존재하지 않고 개인 별로 다양한 형태의 뇌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남자라서 존재하는 유전자적 데이터가 게임에 필요한 사고 능력이나 반응 능력에 유의미한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은 미신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그저 '게임에 유리한 뇌를 가진 개인과 그렇지 않은 뇌를 가진 개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합당한 과학적 주장입니다. 그것은 게임이 타 신체적 능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두뇌 스포츠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바둑이나 체스 역시 선천적 차이 보다는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추론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말씀하신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은 일부는 맞습니다. 물론 지금도
압도적인 플레이어가 있다면 여성 프로게이머로 데뷔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여성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전파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뛰어난 미모로 주목 받는 상업적 가치를 가져야 할까요?
지난 10년 동안 롤을 본 저는 아마추어 시절 고전파만큼 뛰어났던 플레이어를 고전파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프로리그가 더 정교화된 지금은 더욱 그런 플레이어가 나오기 어렵겟지요. 그런데 여성이 '고전파'만큼 플레이하면 스카웃 될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여성에게 더욱 가혹한 잣대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혜지라는 말의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 플레이어에 대한 혐오와 서포터에 대한 혐오는 구분할 수 없으며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전수진 선수에 대한 사건 역시, 두 경우 중 한 경우는 분명 전수진 선수가 여성임을 알고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이 글의 목적 자체가 비난이나 조롱에 있지 않는 만큼, 더 이상의 비난과 조롱을 자제해달라는 말은 굳이 이 글에 대한 답글로 남기실 필요가 없었던 말인 것 같습니다. 일명 '여초' 사이트에서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고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하는 행위를 그만하라는 것과 공론장에서 사건에 대해 토의하는 행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미 지나간 일인 만큼 그 선수들의 이름이나 소속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서술하여 비판이 아닌 건설적 토의를 위한 예시로 사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신 이야기에 저도 모두 동의합니다. 제공되는 환경에 어떠한 차별이나 편견은 없어야 하되 사실로 존재하는 차이가 있기에 이를 극복하고 불모지의 영역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박수와 환호가 따르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제일 많이 담겼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3번은 저도 오랜 T1팬이자 롤 시청자,유저로서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팩트이고, 1번과 2번에도 많이 동의합니다.
다만 언급하신대로 1번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의 영역으로 어느 쪽이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스타크래프트 팬이었던 분들은 '서지수'선수를 모를 수가 없을 텐데요, 프로 여성 선수 중에서 실력이 상당히 좋았던 편임에도 우승권의 실력은 확실히 아니었죠. 실력을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여성 아마추어들이 실력을 키울 환경인가, 그리고 여성 아마추어가 탄생하기 좋은 환경인가도 좀 더 면밀히 점검할 필요는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은 분명 사회에서의 '차별'도 있지만, 호르몬 등의 '차이'역시 확실히 존재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기성 스포츠와 같이, 성별이 구분되는 리그가 다 호황을 이룰 수 있게 하거나, 여성 게이머가 더 잘하는 게임들이 발굴되는것도 유익한 발전 방향이 아닌가 싶네요.
그저 다른 견해로 남겨도 될 의견을 함께 고민해 보고 적극 수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천적인 영역의 문제를 떠나서, 환경적 요인이 대중의 어림짐작보다 훨씬 크게 작용한다는 테일러 님의 주장은 충분히 논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첨언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반 유저가 게임에서 본인의 성별을 밝힐 일이 그다지 없더라도 플레이나 캐릭터, 역할 등을 이유로 성차별적인 발언과 조롱을 수십수백 번 마주하다 보면 그 성별을 가진 사람으로서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상처가 남아 재능이 있음에도 아예 판을 떠나버리는 이들 또한 많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결국 테일러 님의 원글처럼 게임 속 여성 유저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만큼 더욱더 혐오 표현과 차별을 엄격히 금하고 계정 정지 등으로 확실히 처벌하며 이에 대한 전반에 걸친 사회적 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게임판 안에서 여성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세상에 꼭 필요한, 그리고 누군가에겐 용기가 될 수 있는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이한 의견임에도 기꺼이 반응해 주셔서 흥미롭고 재밌는 토론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남겨주신 글과 댓글 모두 잘 읽었습니다.
이창님의 비판을 수용해, 글의 후반부 전개를 바꾸어 보았습니다.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건설적인 비판에 시간 써주신 점 몹시 감사드립니다. 뇌과학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로, 각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결국 많은 부분이 선천적인 것보다는 환경적인 것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몇 가지만 더 첨언 드리자면, 게임 내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여성 챌린져 비율이 늘어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들로 하여금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요인들일테니까요. 결국 여성 챌린저 수가 적다는 이유는, "원래 여성 챌린저 수가 적어서 게임단이 못 채용한 것"이라는 "여자라서가 아닙니다"의 주장의 근거라기 보다는 "게임의 환경적 요인이 여성에게 가혹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두 번째 문단에 대해서 정말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결국 현재는 동일한 실력의 남성과 여성 유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여성이 겪어야 할 어려움이 더 크며 그것 자체가 불합리한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보충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어 말을 덧붙입니다.
남녀 차이에 따른 내분비학과 뇌과학은 아직 이렇다하게 단정 지을 단계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연구에서도 많이 갈리는 주제이며 이를 게임이라는 장르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또 여러 가지 입증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한 연구 결과를 논거로 삼으셨듯 다른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연구도 얼마든 남아있습니다. (예시 : http://scienceon.hani.co.kr/138928)
예로 드셨던 '모자이크 뇌'의 경우 또한 뇌의 성차에 대한 하나의 주장일 뿐이며 흔히 남성호르몬이 승부와 경쟁에, 또 인간의 심리적 안정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말도 많습니다. 저는 당장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것보다 최근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 정교한 해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기 위해 고전파 만큼의 재능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그는 축구의 메시, 농구의 조던, 피겨의 김연아 같은 독보적 존재이니 말입니다. 하나 롤의 오래된 역사에서도 알려진 여성 챌린저 유저는 몇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에 프로팀으로 입단한 전수진 선수 경우에도 아주 오랜만에 나온 여성 솔랭 챌린저 유저였기에 똑같은 환경(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수치화된 랭크를 올리는 방식)임에도 그 풀이 엄청나게 차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잘하는 여성 선수를 프로 리그로 콜업하고 싶어도 사례가 너무 없었다는 것이죠. 만약 테일러 님의 말씀처럼 오로지 환경적 요인 만이 기반이라면 이는 성차별의 문제보다는 여성이 게임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기의 문제가 될 겁니다. 글에서 언급했듯 프로 시장은 자본과 성적의 효율만을 최우선 하기 때문입니다
원문에 쓰신 글을 보면 여성 프로게이머가 더 필요한 이유로, 여성이 무시당하는 인식에 대한 문제로 전수진 님의 개인 사례를 드셨습니다. 이 글의 주제가 게임 안 역할에 대한 혐오 문제가 아니기에 '여성이라서' 무시 받았다를 강조하고 싶으셨던 걸로 보입니다. 다만 여성과 서포터를 아우르는 혐오 표현이 있는 것과 별개로 첫 경우는 여성의 언급도 없었고, 다른 경우엔 여성에 대한 조롱의 뉘앙스가 있다고 해도 남성이어도 똑같다 라는 말이 이어진 걸로 보아 결국 유틸형 서포터 혐오 문제로 귀결되어 글의 주제에 정확히 관통한다고 보긴 어려울 듯합니다. 최소한 그 둘을 엮어내려면 사실 관계를 따져 보다 상세히 서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테일러 님의 글이 비난과 조롱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전수진 씨 당사자가 그 일이 누군가가 비판받는 것에, 또 '여자라서 당했다' 식의 언급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비판이 아닌 건설적 토의라고 하셨지만 그 사건을 여성 인식 개선의 사례로 드셨다는 것은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과거든 현재든 성차별자로 구분 짓는 비판적 태도가 포함됩니다. 공론장에서 사건에 대해 토의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어떤 프레임을 설정해두고 그 안에서 끼워 맞추는 방식은 삼가야 하겠습니다.
저도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성 혐오와 잘못된 표현들이 난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함에 동의하고 전수진 씨처럼 차이의 유무와 별개로 개척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 존경심을 가집니다. 다만 사실관계에 있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싶어 몇 가지 첨언합니다.
제 글에 이렇게 정성 어린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글 내용을 조금 더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아 보충 설명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드린 연구의 핵심은 결국 남녀의 뇌 차이는 존재하지 않고 개인 별로 다양한 형태의 뇌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남자라서 존재하는 유전자적 데이터가 게임에 필요한 사고 능력이나 반응 능력에 유의미한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은 미신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그저 '게임에 유리한 뇌를 가진 개인과 그렇지 않은 뇌를 가진 개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합당한 과학적 주장입니다. 그것은 게임이 타 신체적 능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두뇌 스포츠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바둑이나 체스 역시 선천적 차이 보다는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추론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말씀하신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은 일부는 맞습니다. 물론 지금도
압도적인 플레이어가 있다면 여성 프로게이머로 데뷔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여성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전파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뛰어난 미모로 주목 받는 상업적 가치를 가져야 할까요?
지난 10년 동안 롤을 본 저는 아마추어 시절 고전파만큼 뛰어났던 플레이어를 고전파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프로리그가 더 정교화된 지금은 더욱 그런 플레이어가 나오기 어렵겟지요. 그런데 여성이 '고전파'만큼 플레이하면 스카웃 될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여성에게 더욱 가혹한 잣대입니다.
세 번째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혜지라는 말의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 플레이어에 대한 혐오와 서포터에 대한 혐오는 구분할 수 없으며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전수진 선수에 대한 사건 역시, 두 경우 중 한 경우는 분명 전수진 선수가 여성임을 알고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이 글의 목적 자체가 비난이나 조롱에 있지 않는 만큼, 더 이상의 비난과 조롱을 자제해달라는 말은 굳이 이 글에 대한 답글로 남기실 필요가 없었던 말인 것 같습니다. 일명 '여초' 사이트에서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고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하는 행위를 그만하라는 것과 공론장에서 사건에 대해 토의하는 행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미 지나간 일인 만큼 그 선수들의 이름이나 소속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서술하여 비판이 아닌 건설적 토의를 위한 예시로 사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제일 많이 담겼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3번은 저도 오랜 T1팬이자 롤 시청자,유저로서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팩트이고, 1번과 2번에도 많이 동의합니다.
다만 언급하신대로 1번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의 영역으로 어느 쪽이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스타크래프트 팬이었던 분들은 '서지수'선수를 모를 수가 없을 텐데요, 프로 여성 선수 중에서 실력이 상당히 좋았던 편임에도 우승권의 실력은 확실히 아니었죠. 실력을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여성 아마추어들이 실력을 키울 환경인가, 그리고 여성 아마추어가 탄생하기 좋은 환경인가도 좀 더 면밀히 점검할 필요는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은 분명 사회에서의 '차별'도 있지만, 호르몬 등의 '차이'역시 확실히 존재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기성 스포츠와 같이, 성별이 구분되는 리그가 다 호황을 이룰 수 있게 하거나, 여성 게이머가 더 잘하는 게임들이 발굴되는것도 유익한 발전 방향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