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명 '저도 남자 싫어해요'

이가현
이가현 인증된 계정 · 페미니스트 정치활동가
2023/02/03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 1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은 대표적으로 어떤 종류의 여성 페미니스트들을 비난하는 말이 되었다.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 여성이 남자친구를 만날 때, 남편과의 관계를 고민할 때, 남자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입장이 되었을 때, 남성이 포함된 성소수자 인권에도 관심을 가질 때 말이다. 여성이 꾸미기를 실천하는 것은 남자들 눈에 잘 보이려는 비굴한 행동으로 해석되거나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을 마음이 없는 행동으로 인식되기도 했었고 곧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서 성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남성들의 각성이나 변화를 촉구한다는 것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오래 걸리는 일이기도 했다. 성평등을 주장하던 진보 남성들의 성폭력사건들이 연이어 공론화되며 자연스레 남성에게 성평등한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이 여성들에게는 배신감과 무력감을 가져다주는 일이기도 했다. 남자를 믿지 말고 언제나 의심해야 하는 건 페미니스트라면 삶에 장착해야 하는 태도같았다.
   
나도 그런 비난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낙태죄 폐지 시위를 열었다가 경찰의 소통 실수로 인해 다른 여성 시위 주최진과 오해가 생긴 것이 그 계기이다. 나는 당시 오해가 생겼던 다른 시위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해명글 밑에는 엄청난 속도로 나와 우리 시위 주최진을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그 중에 대다수는 '남자를 좋아해서 남자와 함께하는 시위는 너희끼리 하라'는 것이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었을까. 
   
‘저...
이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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