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부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1/17
아내의 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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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연애를 2년 정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에도 우여곡절이 없을 수는 없어서 싸운 적도 있고 (라고 쓰고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읽는다) 헤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가장 위태로운 상황은 내 잠 때문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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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나는 잠을 참지 못한다. 극장 가서 가장 조마조마한 순간이 잠이 마치 빨판 달린 문어처럼 내 머리에 들러붙는 느낌이 들 때다. <다이하드>건 <에일리언>이건 뭐건 관계없다. 아무리 재미있는 스릴러라도 퍼뜩 깨 보면 반 지나갔을 때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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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물며 일 많고 밤 새기 일쑤였던 조연출 시절에랴. 데이트한답시고 버스에 타고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가다가 유리창에 머리 박고 코골기 일쑤였고, 극장 가서는 거의 100퍼센트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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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옆에 앉은 사람의 심기가 어찌 편했겠는가. 처음에는 얼마나 피곤할까 머리를 쓰다듬던 사람이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머리를 들이밀다가 급기야는 니가 자든지 말든지 내려서 집에 가 버리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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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얼굴의 여친> 중... 아마 아내는 몇 번씩 이러고 싶었으리라
 보통 이런 범죄(?)를 자행한 경우 상담을 해 보면 친구들은 진실된 사과와 더불어 ‘선물 공세’를 펼치라는 충고를 많이 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기들을 위해 얼마나 돈을 쓰는지를 중시한다는 조언과 함께. 그런데 아내의 경우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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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사한 데 가서 뭘 먹자고 하면 그 돈이면 영화를 몇 편 볼 수 있는데 왜 그러느냐며 동그랗게 눈을 떴고 좀 비싼 선물을 하겠다고 덤비면, 되레 이상한 놈 보듯 ...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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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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