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95살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02/26
요즘 저는 제가 95살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살다가 가장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으로 타임머신 타고 날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찬란하게 웃으며 마구마구 장난치는 지금 이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렸습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우리 아이들의 저 천진한 미소, 웃음과 장난, 어리광과 시시콜콜한 투정까지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한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 2월, 여기는 독일 함부르크입니다.
아들은 독일에서 1학년이 되었습니다. 독일 공립 초등학교는 입학식 전날, 기독교식 입학 예배를 드립니다. 아이 머리에 손을 얹고 어떤 상황이든 능히 감당해내길 기원하며 축복했습니다. 학교 선배들이 준비한 입학식 당일 공연을 아내와 나란히 앉아 함께 지켜봤습니다.
1학년 동생들이 용기(Mut), 협동(Zusammenarbeit), 배움(Lernen)과 우정(Freundschaft)의 가치를 만끽하길 독려하는 무대였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호명합니다. 자기 몸집 절반에 달하는 큼직한 책가방을 들춰맨 독일 초등학생들이 쭈뼛쭈뼛 혹은 위풍당당하게 무대 위로 올라갑니다. 그 모습들 덕에 강당 안 공기에는 미소가 가득 찼습니다. 툭, 동생들이 입학 선물을 떨어뜨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