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선택 능력의 유전
2024/01/29
대박 선택의 유전
.
2주전 토요일은 다소 꼬인 날이었다. 대학교 ‘민주동우회’ 모임에 가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던 걸 그만 까먹고 아내도 함께 하는 트래킹 약속을 잡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민주’적으로 사는 처지도 아니고 사전에 가갰다고 신고한 것도 아니 민동모임에 빠질 수도 있었겠지만꼭 가고 싶은 사연이 있었다. 그날 ‘민주동우상’을 수여받는 분이 요즘 대한민국 군인의 명예를 홀로 짊어지고 있다고 감히 평가하는, 해병대 박정훈 대령이셨기 때문이다.
.
학부는 다르지만 대학원 등록금을 한 학교 재단에 내셨기에 ‘/동우’ 호칭이 부여된 그분의 수상 소식을 듣고설랑 꼭 가서 우리 마누라 임영웅 대하는 심경으로 찾아뵙고 악수를 나누리라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그만 홀딱 까먹어 버린 것이다. 혼자 간다면 양해를 구했겠는데 모처럼 아내와 함께 신청한 트래킹이라 또 어쩔 수 없었다. 새벽부터 길을 나서 인제 자작나무길 눈밭을 신나게 걸으니 의외로 하산이 빨랐다. 대충 계산하니 저녁 나절 시간에 맞게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 듯 했다.
.
왜 이렇게 서두르냐고 아내가 물어 와서 사연을 얘기했더니 아내가 더 애가 타 한다. “그런 분 만나려면 꼭 가야지.” 서울 도착한 시간은 거의 7시. 서둘러 가면 행사 종료 전에 닿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당신은 집에 가라 나는 행사장으로 가겠다 하니 아내가 갑자기 내 배낭을 달라고 한다.
.
“내가 들고 갈게. 그냥 몸만 가. 그런 분 만나러 가는데 배낭 매고 스틱 솟구친 채로 보내고 싶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아. 뭐 무슨 넥타이 매고 그런 가지도 아닌데 뭘.”
“넥타이는 아니어도 행사장 가는데 배낭 매고 가는 건 아니야. 빨리 달라니까”
.
그러면서 눈을 치뜬다. 여기서 더 입씨름하다가는 본전을 못찾는다. 이미 아내는 배낭 두 개를 메고 들고 갈 결정을 했고...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아내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아주 훌륭하십니다. 저도 아내가 무섭…음. 이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