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 헬싱키 중고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by 박현선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22

패스트패션이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소비를 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흰색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2700L이다. 이는 한 사람이 매일 2L씩 물을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3년간 마실 식수와 맞먹는다. 청바지 한 벌 당 탄소 배출량은 33kg으로, 자동차를 타고 111km를 이동했을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동일하다. 그런데 의류 회사들은 옷이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1년에 40억 벌 이상의 청바지를 생산하고 있다. 기업이 이익 창출에 눈이 멀어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동안,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 세계 항공사와 선박 회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패션이 각광받고 있다. 버려지는 페트병이 옷으로 변신하는 것은 얼핏 보면 지구를 살리는 방법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소비자들은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을 입어서 바다를 청소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겠지만 안타깝게도 착한 소비란 없다. 폐페트병으로 만든 옷이 친환경 아이템으로 홍보되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자연스럽게 폐페트병 가격이 치솟았다. 다시금 대량 생산과 무분별한 소비가 거대한 사이클을 형성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지구가 순수 증여를 거부한다면 응당 인간이 폭주를 멈춰야 한다. 의류 회사는 기존의 노동력 착취, 환경 파괴를 기반으로 돌아가던 대량 생산 방식을 버려야 하고, 소비자는 소비문화의 면면들을 되짚어봐야 한다. 핀란드의 중고 문화에 관심을 갖고 책을 쓰기 시작한 박현선 님은 중고 가게에서 발견한 환경과 소비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저자가 소개한 핀란드의 중고 가게는 '순환 경제'의 산증인이다. 오늘날 경제는 수취-제조-처분으로 이어지는 선형 경제 형태를 띠는 반면, 중고 가게는 '처분' 단계에서 수리나 재사용, 재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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