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4천억 달러를 대출한, 어느 남자의 완전한 삶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4/06/21
A man in Full


서술의 대상이 나와 완전히 다르다고 여겨지면 오히려 수월하다. 공감대는 종종 브레이크라서. 이 캐릭터를 비난하는 것이 자신을 비난하는 일은 아닐까. 그래서 <어느 남자의 완전한 삶>의 찰리 크로커(제프 다니엘스, 이하 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다. 그는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다. 그는 그저 죽어가는 남자일 뿐이다. 젊은 날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풋볼 선수 그리고 지금은 재혼한 재벌, 찰리는 1조 4천억 달러(*도널드 트럼프 재임 시절 승인한 2020 회계연도 예산안과 동일한 금액이다)의 채무를 조속히 상환하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 정도 규모의 대출은 긴밀한 상호 조약 안에 협약되고 진행되겠지만 찰리는 은행 담당자의 인내심을 연장할 만큼 평판 관리를 잘한 인물이 아니다. 찰리는 평생 찰리 답게 살았고 수많은 적을 만들며 부를 축적했으며 그렇게 연결된 관계들이 그와 그의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채무 상환 독촉은 오랫동안 쌓아온 (인간의 유한한 삶을 비유하면 모래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성에 마침내 도달한 파도의 시작점이었다. 가시적 균열이 시작된 건 자산뿐이 아니었다. 찰리는 삐걱거리는 무릎을 수술로 갈아 끼운다. 최대한 빠른 재활을 위해 리모컨으로 컨트롤되는 로봇기술이 삽입된다. 그는 자신의 건재를 빠르게 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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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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