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해, 다시는 못 해!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4/07
"나 이제 양평까지 왔어."
저녁 7시 반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편 목소리는 지치다 못해 기어들어가는 것 같다.

"죽을 지경인가 보네여"
"죽을 지경 정도가 아냐. 지금 휴게소에서 쉬고 있어"
"거기서 한숨 자고 천천히 와여"

그럴 줄 알았다. 가라앉았던 속이 다시 부글부글 끓는다.
뉴질랜드 사는 시누이가 온다는 소식은 3월에 들었다.
또?
그 소릴 듣자마자 내가 보인 반응이다. 왜 또 온대요?  남편도 모른단다.

시누이에겐 두 명의 남편이 있었다. 뉴질랜드에 함께 사는 사실혼의 남편과 네덜란드에 사는 법적인 남편. 법적인 남편과는 1년에 한 번씩 한국에서 만났다. 견우직녀도 아니고 그 생활에 지쳤는지 둘은 결국 이혼을 했고 더이상 한국 올 일은 없으려니 했는데 작년에 또 왔다. 이유는, 전 남편이 재혼한 여자랑 한국에 놀러 온다니 어떤 여잔지 궁금해서 보려고 온 것이었다. 그렇게 전 남편과 전 부인, 새 부인 3명은 한데 어울려 신나게 놀러 다니다 돌아갔다.
그리고 딱 1년 만에  또 온다고 했다.
이번엔 전 남편도 안 오는데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인가.
고향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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