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코스트코 - 강남규, <지금은 없는 시민>, 한겨레출판

안정인
안정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삶
2023/10/26

 
“우리 코스트코 갈래?”
 
정신없는 한 주가 끝나는 금요일 저녁이면 남편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묻곤 했다. 장보기가 첫 번째 목적이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집에서 차로 십여 분 걸리는 거리라 아이들은 영화에 맡겨놓고 둘이 살짝 바람 쐬고 오기 안성맞춤이었다. 장보기를 빙자한 부부 데이트 장소였던 셈이다. 밥하기 싫은 주말 저녁이면 아예 가족 모두가 출동해 푸드코트 피자나 핫도그 등으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기도 했다. 비싼 외식 물가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았다. 한 달에 두세 번 꼬박꼬박 드나들게 되자 남편 주거래 카드도 코스트코 현대카드로 바꿨다. 그것도 추가금을 내고 결제 시마다 포인트가 더 많이 적립된다는 이그제큐티브로. 코스트코는 우리 부부에게 단순한 슈퍼마켓이 아니었다. 우리는 코스트코를 사랑했다.
 
2023년 6월 19일,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29세 청년 김동호 씨가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탈수였다.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이어진 날,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33도의 날씨에 그는 옥외주차장에서 쇼핑카트 정리업무를 했다. 그는 하루 10시간, 평균 4만 보(26km)에 이르는 강도 높은 노동을 이어가다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냉방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시원한 얼음물이라도 제대로 공급되었다면, 휴게실이 가까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아까운 목숨이었다. 7월 중순 뉴스를 접한 날부터 코스트코 방문을 중단했다. 비록 내가 다니는 지점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욱신거려 갈 수가 없었다. 코스트코 코리아의 사과와 후속 조치를 기다렸다.

코스트코 하남점 @ 코스트코 코리아 홈페이지 제공


그 후 틈만 나면 초록색 검색창에 ‘코스트코 사과’를 쳐보았다. 껍질째 먹는 사과, 엔비 사과 등 먹는 사과(apple)만 주르륵 검색되고 내가 바라는 진정성 있는 사과는 어디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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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세상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돌보는 기예로서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독립출판물 『영국탐구생활』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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