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케이션-영어를 영어답게 말하기

박산호
박산호 인증된 계정 · 번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2023/07/02
말을 잘 하려면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이 문장만 읽어보면 실소가 터질지 모른다.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말을 하느냐고 시비 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참아보시길. 말을 잘 하려면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잘 구사하려면 해당 언어의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여기서 외국어를 영어로 바꿔보자. 그러면 영어를 잘 구사하고 싶다면 영어로 된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어휘력이라. 어휘력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네이버 사전을 찾아봤다. 어휘력이란 어휘를 마음대로 부리어 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럼 어휘란? 어휘는 어떤 일정한 범위 안에서 쓰이는 단어의 수효, 또는 단어 전체라고 역시 네이버 사전에 나와 있다. 어쩌면 이 두 단어의 정의 사이에 우리가 영어 공부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숨어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 단어 공부를 줄기차게 해왔다. 연식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백지를 "깜지"로 만드는 숙제를 내야 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시절을 거쳐 지금은 영어 단어장을 보면 큐알 코드를 찍으면 원어민의 발음이 나오는 최첨단 하이테크 시절에 당도해 있다. 그래도 영어 단어를 마음대로 부리어 쓸 수 있는 능력은 좀처럼 갖기 쉽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콜로케이션의 이해 부족이 아닐까 싶다.


콜로케이션은 collocation, 즉 연어라는 뜻으로 한 언어 내에서 특정한 뜻을 나타낼 때 함께 쓰이는 단어들의 결합을 말하는데. 한국어를 예로 들면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다, 제꺽 일어나 인사하다, 아슬아슬하게 마감을 맞추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다와 같은 결합을 들 수 있다.


이런 콜로케이션은 오랜 세월 해당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좀처럼 익히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마구잡이로 영어 단어를 암기한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어휘력을 갖추기 힘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영어 단어들의 결합이 자연스럽고 매일 실생활에서 쓰이는지 알기 힘드니까. 알 수 없을 땐 외우는 게 최선일 때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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