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몽롱하고 아찔한 저세상 부부클리닉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봉준호 감독의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잠>에 대한 평가다. 유 감독이 <옥자>의 연출부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었겠지만 ‘봉 감독의 10년’이라는 무게감은 단순한 친분만으로 나올 수 없는 호평이다. <잠>은 50억 원의 넉넉지 않은 제작비로도 94분이라는 시간을 알뜰하게 채울 수 있음을 오랜만에 증명한 한국 영화다.
첫 딸 출산을 앞둔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는 현수를 뒷바라지하는 워킹맘이지만 수진은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날 잠자던 현수가 벌떡 일어나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현수는 이상해진다. 그는 잠에 들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고 수진은 현수가 잠드는 매일 밤마다 공포에 시달린다.
<잠>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수의 수면장애가 나타나고 함께 극복해 가려는 노력을 그린 1장. 딸을 출산한 수진의 신경쇠약이 극에 달한 2장. 현수의 치료를 위해 수진이 극단적 방법을 시도하는 3장. 일반적인 공포영화라면 수면장애를 가진 현수가 빌런이 되어 가족의 행복을 파괴하겠지만, <잠>은 수진에게도 내재적 불안을 심어놓으며 새로운 흐름으로 빠져든다.
■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
현수는 가려움증을 느끼며 피가 날 때까지 자기 몸을 긁고 밤중에 일어나 집안을 돌아다니고 갑자기 음식을 섭취한다. 현수는 병원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렘수면 상태에서 이상증세를 보이는 수면장애 진단을 받는다. 잠든 사람이 어떻게 저런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병원에서 보여준 가이드북에 나온 내용처럼 교과서적인 패턴이다. 의사는 약물치료와 함께 스트레스를 줄이고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는 생활 습관 변화를 처방한다.
현수의 직업은 배우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현재는 단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야간촬영도 불사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