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4/04/09
1. 시네마 파라디소

구닥다리 같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동네 도서관은 붉은 벽돌벽이 어울린다. 날씨가 화창한 봄날, 도서관으로 걸어 들어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평일임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찾아와 있었다. 서가에는 책들이 즐비했고 한쪽에 마련된 독서실에는 사람들이 제 나름의 공부 중이다.
   
고양으로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관을 찾을 일이 있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물어 회원 카드를 발급받았다. 그제야 이제 새로운 도시의 진짜 시민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도서관 회원 카드 발급은 그런 의식(儀式)이다.
행신도서관 @촬영
내 고향에도 동네 도서관이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자란 아파트에서 얼마 걷지 않아 갈 수 있는 작은 시립도서관이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주말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서재에 있는 책들은 언젠가 다 읽을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했다.
   
가끔 그 도서관을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지난번 고향에 내려가 찾아가 봤을 때 이미 폐관한 지 오래였다. 대신 공예 전시장이 그 자리에 들어서 있었다. 사라진 도서관의 그 모습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곳에서 읽었던 소설과 신문, 수필, 그리고 역사서들이 기억이 난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자란 나는 그 책들을 옆에 두고 어른이 된 나를 꿈꿨다.
   
명작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주인공 토토는 어린 시절을 이탈리아 시칠리아 작은 섬에서 보낸다. 그곳에서 그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마을 유일한 영화관이다. 그는 학교가 끝나면 영화관을 드나들며 꿈을 키웠다. 어른이 되어 돈을 벌기 위해 로마로 떠난 토토는 먼 훗날 성공한 영화감독이 된다. 30년 만에 마을로 되돌아온 토토는 영화관 시네마 파라디소가 철거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고향은 어떤 지명이 아니라 어떤 공간으로 기억된다. ‘시네마 천국’에서 주인공 토토에게 고향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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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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