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주던 우리 엄마

한가을
한가을 · 이야기 나누기
2023/08/27
겨우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그때.
비가 아주 많이 내리던 날 펼친 우산 하나, 접은 우산 하나를 손에 들고 선 채 우리를 기다리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한다.
집이 아닌 곳에서 보는 엄마는 왠지 더 반가워서, 발밑에 고인 것이 흙탕물이든 소금물이든 아무렴 상관없어 마구잡이로 달려갔다.
그날은 유독 더 웃는 얼굴이던 엄마에 나까지 싱글벙글 웃음이 지어졌다.

“새로운 집 구경 함 가볼래.”

이때의 내가 우리 집이 곧 이사 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얼굴에 웃음이 머물러 있어 덩달아 기분이 좋았던 기억뿐이다.

거센 비를 뚫고 우리 셋은 살고 있던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내려갔다.
함께 바지런히 걷던 같은 학교 애들, 언니오빠들의 모습은 우리가 처음 보는 골목 사이사이로 들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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