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생 보호자가 '사과문'을 보내왔다

가넷
가넷 인증된 계정 · 전 고등학교 교사, 현 프리랜서✒️
2023/08/24
가해 학생의 보호자가 ‘사과’를 하고 싶다고 ‘사과문’을 보내왔다. 그것은 ‘사과문’이라기보다 ‘협박문’에 가까웠다.

곧 졸업하고 성년인 학생이 왜 먼저 스스로 반성문을 적어내지 못했는지, 어째서 보호자가 최초의 ‘사과문’을 대신 작성해서 보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죄드린다는 ‘사과’는 단 1문장, 아이가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 1문장, 아이의 ‘철없고 분별없는 행동’으로 많은 분께 상처 드린 점을 반성한다는 내용 1문장, 교권보호위원회나 민사를 원하지 않으며 고소 취하로 합의를 해주면 감사하겠다는 내용 1문장, 실명 공개를 염려하는 내용(마녀사냥, 주홍 글씨 등 언급) 1문장, 실명 공개를 막고 싶고 원만한 합의를 부탁한다는 내용 1문장.

가해자의 아버지가 자필로 썼다는 문서는 이렇게 구성되었다. 경찰관을 통해 문서를 전달받은 피해 교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고 이어서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걸 사과문이라고 부를 수나 있는 거예요?” 

‘마녀사냥‘, ‘주홍 글씨‘, ’더할 수 없는 고통‘...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실명 공개‘에 대한 염려를 담아 지극히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피해자들에게 글을 전달한 의도가 무엇인지 너무도 분명했다. 자녀의 신원이 드러날까 걱정하는 마음 외에 다른 마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학생으로부터 성적 대상화와 모욕당하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슴에 새긴 채‘ ’평생을 더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게 된 우리가 받아본 글에는, 우리의 고통에 대한 이해와 진심 어린 사과는 담겨있지 않았다.

이미 가해자가 가해를 했고 명백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어떻게 가해자 입장에서 ‘일어날 지도 모르는 피해 상황’에 대한 염려를 구구절절 적어 피해자에게 전달하면서 ‘선처’ ‘합의’를 운운할 수 있을까. 이해와 납득은 포기했다. 합의는 당연히 있을 수 없었다.

‘합의는 없다’는 피해 교원들의 의사, 그리고 보내온 글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의견서를 직접 써서 선임된 국선 변호사님을 통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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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등학교 교사(~2023. 8.)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2022.12.) 했습니다. 악성민원을 빌미로 한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2023.4.)로 인해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2023.9.1.~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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