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취한 꽃은 숙취로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3/27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지난 겨울보다 힘이 듭니다. 이젠 가로등이 꺼지는 것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하늘도 푸르지 않은 채 회색빛으로 가득하여 있죠
고양이 모란은 더 일찍 깨어 집안을 돌아다니며 사료를 먹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 모래를 들썩입니다. 봄이지만 아직도 나에겐 봄이 온 것 같지 않습니다. 
 
발목까지 내려간 팔이 이제 무릎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몸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 마음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꽃이 피지 않아 우울한 기억이 없는데 이렇게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봄은 우울하기에 충분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여자아이들이 짝을 만나 남자친구를 소개해주기 시작합니다. 낯설고 제법 근사한 양복을 차려 입고 나타난 그녀들의 남편감은 그다지 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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