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에 숨겨진 조각들

채희태
채희태 · 낭만백수를 꿈꾸는 교육사회학도
2024/03/14
영화, <추락의 해부> 중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고 왔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에서 76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추락의 해부(Anatomie d'une chute)>라는 프랑스 영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오랜만에 국산 영화, <파묘>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추락의 해부>는 소수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추락의 해부>를 보았다고 해서 감히 내가 영화 매니아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영화에 대해 그 어떤 전문성도 가지고 있지 못한 평범한 관객일 뿐이다.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저  단톡방에 있는 대학 동기의 "잔잔"한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락의 해부>는 어느 날 집에서 추락사한 남편이 사고인지, 자살인지, 아니면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아내에 의한 타살인지를 다룬 법정 영화다. "해부"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에서는 추락의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건의 조각들까지 함께 들춰진다. 마치 <완벽한 타인>에서 숨겨져 있거나, 숨기고 싶었던 진실들이 핸드폰을 통해 드러나는 것처럼... 아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나처럼 추락의 해부를 통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 '쥐스틴 트리에"는 추락의 진실이 아닌 오로지 해부, 그 자체에만 집중해 영화를 끌고 나간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법원의 판결을 통해 결론을 내리기는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실인지 여부는 철저히 관객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극장을 나오며 아내의 무죄에 안도를 하는 관객도 있었겠지만, 아마 아내의 유죄가 묻힌 것에 대해 분노하는 관객도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쨌든, 추락을 해부하는 과정에서 들춰진 여러 사건 조각들 중, 난 딱 세 가지를 추려 이야기해 보려 한다. 나에게 3은 가장 완벽한 숫자다. 하나는 외롭고, 둘은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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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兩是論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저자. ZDNET 코리아에 칼럼 "IT는 포스트노멀 시대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연재. 공주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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