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자석을 대신 모아준 K언니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28

책박스 정리하다가 헬로우키티 자석을 모아둔 소중한 컬렉팅 앨범을 찾았다. 살살 쓰다듬으니까 다시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든다. 이거 첨 가졌을 때 얼마나 감격했던지!

난 키티매니아이다. 그래서 세븐일레븐에 간간히 하는 키티 이벤트를 상술에 놀아나면서 참 좋아라 하는데 언젠가는 키티 쿠션을 갖고 싶어서 참 엄청나게 키티 쿠폰을 모으러 다녔다. 편집부 사람들의 간식 심부름을 도맡아가며 전폭적인 응원을 받아 드디어 쿠폰북을 다 채우고 키티 쿠션으로 교환했을 때의 그 감격이란!

어쨌든 그다음 해에도 세븐일레븐에서는 간특한 키티 이벤트를 벌였는데 그것은 바로 키티자석 모으기! 세븐일레븐에서 4,000원 이상의 상품을 구입하면 헬로키티자석(마그네틱)이 들어있는 헬로키티 패키지를 주는 거였다. 그 기간이 5월~7월까지였는데 평소 컨디션 같았으면 세븐일레븐에 수억 쏟아부으면서 키티자석모으기에 매진했겠지만 그 시기가 딱 내게 3차 우울삽화가 강림한 바로 그 암흑의 시기였던 것이다. 

밥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그냥 깨어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키티자석 모을 여력이 있을리가 없지. 모든지 둔감해지고 무감각, 무기력해 점차 세상이 회색빛으로 변하던 그 시기에 내 뇌에도 이 소식이 스쳐지나갔지만 잠깐 "아..."하고 말았었다. 아무리 키티라도 그당시 내 마음에 조금의 생기도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와 오래 알고 지낸 k언니는 내가 키티를 어마무지하게 좋아하는 것도, 그리고 내가 그때 당시 엄청난 우울함에 삼켜지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k언니는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피하는 내게 간간히 연락도 하고 만나자는 말도 했지만 모든게 무채색으로 빨려들어간 난 그누구도 만날 힘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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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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