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의 노래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3/27
꽃잎의 노래
   
   
박선욱
   
   
봄나물 향 그리워
마을 동무들과 마실 갔던 날
쑥 캐러 가서 설레던 날
나는 철모르는 열네 살 여자아이 였어요
하늘 위 노고지리 바라보며
거벼이 콧노래 부르던 그 순간
누군가 뒷덜미를 잡아 챘어요
억센 손
절그렁거리는 칼 허리춤에 찬
일본 순사의 거친 손아귀가 한 순간에
대바구니 안에 가득 쟁겨놓은 봄을 앗아 갔어요
   
계간 《문학과행동》(2016년 가을호)
   

   


우리 민족의 손에 박힌 아픈 현대사가 강제 위안부 피해자의 절규다. 시인은 위안부 피해자를 그린 영화 ‘귀향’을 통해 당시의 비극과 상처를 시로 노래했다. 아무도 차마 예상치 못한 범죄앞에 망연한 열네 살 소녀는 바로 이 민족이 희롱당한 역사요 쉬 회복할 수 없는 아픔의 흔적이 되었다. 봄나물 향기 그리워하는 이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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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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