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모르게 차가운 정서를 주는 시벨리우스의 음악들이나, 피서지를 연상시키는 음악들을 고르려는게 아니다. 소리 자체가 청량한 음악들을 골라보려고 한다. 너무 더운 여름엔 관현악 작품들도 잘 안 듣게 된다. 악기가 많아 오밀조밀하다. 덥다. 그래서 독주 음악들을 더 많이 찾게 되는데, 마찰을 통해 열을 내는 것 같은 바이올린은 또 싫다. 결국 모던한 악기인 피아노를 고르게 된다. 소리 자체가 온도가 낮고 서늘하다. 음악들은 그냥 내가 느끼기에 소리의 온도 자체가 20℃ 아래인 것만 골랐다.
알렉상드르 타로와 라모
첫 번째는 장필리프 라모의 작품들이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 알렉상드르 타로의 피아노 연주로 고르고 싶다. 사실 장필리프 라모는 알렉상드르 타로의 정체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작곡가다. 2001년 발매한 라모 하프시코드 모음곡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나치게 감상에 젖지 않으면서, 라모의 소리 그 자체를 들려주었다. 연주는 고고하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엔 굉장한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칠고 역동적이다. 분명 바흐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지만, 라모는 새로운 종류의 음악임을 증명했고, 앞으로 라모를 해석해야할 21세기의 피아니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음반이었다. 너무 쳐지지 않고 산뜻하면서도 청량하다. https://www.youtub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