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맥북 에어 15를 영접했다.

이기원
이기원 인증된 계정 · 드라마작가, 소설가, 스토리 컨설턴트
2023/07/21
"축하드립니다."

맥북에어 15인치를 픽업하러 간 매장에서 직원이 물건을 건네면서 말했다. 

나는 살짝 당황했다. 내 돈으로 내가 샀는데, 왜 축하를 받아야 하지? 무슨 경품 공모에서 당첨이 된 것도 아니고, 밤새도록 매장 앞에서 죽치다가 오픈 런으로 뛰어 들어가 득템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네."

매장 정문까지 딸내미와 걸어 나오며 직원들에게 우리는 축하 인사를 세 번이나 더 받았다. 그리고 문 앞에는 한 여직원이 생글거리며 서 있었다.  

"셀레브레이션 해 드릴까요?"
"네? 그게 뭐죠?"
"전 직원들이 축하해 드리는 거예요. 좋은 추억이 되실 거예요."
"아, 그건 좀..."

거절하고 나가려는데, 딸내미가 내 옷을 잡았다. 

"아빠, 혹시 뭐 주는 거 아닐까?"
"앗! ...... 하겠습니다. 해주세요."

나는 케이블이라도 하나 얻을까 하는 마음에 흔쾌히 승낙을 했다. 애플은 케이블 하나도 엄청 비싸지 않은가. 
매장에서 픽업 받은 맥북에어 15

그 여직원은 우리 부녀를 매장 중앙으로 데리고 가서 세웠다. 남자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네, 맥북에어 15를 무슨 용도로 사신 건가요?"
"글 쓰려고 샀어요."
 
다음 순간, 남자 직원은 양손으로 메가폰을 만들어 웅장한 목소리를 외치기 시작했다. 

"매장에 계신 여러분, 여기를 주목해 주세요! 오늘 저희 메장에서 맥북에어 15인치를 첫 픽업을 하신 분입니다! 축하해 주세요!"

직원들과 고객들 수십 명이 우리 부녀를 주목했고,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 죽고 싶었다. 개쪽팔림. 

"맥북에어 15인치로 글을 쓰신답니다!"

윽! 더 쪽팔려. 나는 지금 만약 죽을 수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여직원은 나와 딸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나는 저 동영상이 온라인상으로 돌아다니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과 공포로 얼어붙었다. 

"그 동영상 어디 올라가고 그러는 거 아니죠?"
"아닙니다. 고객께만 셀레브레이션으로 드리는 겁니다."

여직원은 내게 이메일로 동영상...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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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작법 연구. <하얀 거탑>, <제중원> 집필. 드라마를 베이스로 ‘세상의 모든 작법’ 을 쉽고 분명하게 알려 드립니다.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 쓰기’, ‘원포인트레슨’, ‘작가가 읽어주는 작법책’ 등등이 연재됩니다 이메일 keewon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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