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방인 ㅣ 이방인 신화 뒤집기
2023/08/16
사진의 역사를 다룬 개론서나 영화의 역사를 다룬 개론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에드워드 마이브리지다. 그는 24개의 사진기를 이용하여 달리는 말을 연속적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한다. 최초의 연속 사진이다. 이 연속사진을 환등기로 영사하면 최초의 동영상이 된다.
말의 이름도 기록에 남아 있다. 이름은 샐리 가드너, 암말이다. 그렇다면 말 위에 올라탄 기수의 이름은 ? ........ 없다.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그 어떤 기록도 없다. 말 이름도 기록된 마당에 기수 이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 질문은 " 알고도 모른 척하는 능청 " 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당시에 흑인은 동물(샐리 가드너)보다 가치가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조던 필 감독이 연출한 << 놉,2022 >> 은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영화적 도구로 활용하는 조던 필은 무명의 흑인 기수에게 이름을 부여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지워진 흑인 선조의 발자취를 탐험한다.
흑인 기수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흑인에게 개인의 서사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서다. 고유의 이름이 부여되면 캐릭터에 생명력이 만들어지고, 그 캐릭터의 개성과 이미지가 생성된다. 남성 중심의 백인 주류는 그것이 못마땅하다. 이름 없음 ㅡ 전략은 여성에게도 적용된다. 현대의 주류 상업 영화 속에서 여성들은 대부분 이름이 없다(벡텔 테스트를 통과한 현대 영화는 많지 않다). 그들은 다방 아가씨이거나 접대부, 여의사, 여선생, 여류시인, 동...